개망초
유월의 따가운 들길에서 본
논둑에 물결치는 개망초,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던 그 이름이
들판 한가운데 나를 불러 세운다
하얀 숨결이
논 물을 닮은 하늘빛에 내려앉고
줄지어 선 어린 모들이
가느다란 허리를 초록초록 세운다
비탈진 계절에 피어난 질서,
너는 아무 데나 피어나
어느 것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장미 곁의 안개꽃이 아닌
호미 든 손등 곁에서
고단한 날을 위로하는 솜털 같은 꽃
흙냄새 속에
자신의 색을 지우지 않는 꽃
문득, 촛불이 빛나던
광장에 들어선 듯 뭉클함이 솟구친다
이런 들꽃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에
바람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고
아무것도 가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햇살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는 삶
하얀 꽃무리에 스며든 나의 침묵이
한 편의 시가 되어 들판을 맴돌고 있다
# 작가 노트
로리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후 그 길로 바로 산책길로 들어선다. 내가 좋아하는 개구리길이다. 논이 많은 덕에 종종 개구리 합창을 들을 수 있어 로리가 개구리길이라고 한 후 우리 가족은 이 길을 개구리길이라 부른다. 마음이 매우 편안한 길이다. 모내기가 끝난 후 초록초록 올라오는 어린 모들이 내 눈을 건강하게 해 준다. 걷다 보면 꿩도 만나고 두루미도 만나고 논 안엔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논과 논사이 갈대와 부들 같은 습지식물군락이 있어 그 안에 각종 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난 이 산책길을 너무 좋아한다. 오늘은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개망초가 마치 안개꽃 다발을 안고 있는 것처럼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촛불을 들고 서있는 군중처럼. 이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