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별이 되지 마" 손자가 울었다.

이시원 작가의 <숲 속 사진관에 온 편지>

by 혜솔

그림의 색이 너무 예뻐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가슴 뭉클한 내용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그림책. 이시원 작가가 쓰고 그린 <숲 속 사진관에 온 편지>(2020년 1월 출간)다.


IE003583075_STD.jpg ▲책표지 숲 속 사진관에 온 편지 ⓒ 고래뱃속


숲 속 사진관에는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있다. 곰 조수는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묵묵히 부엉이의 뒤를 따른다. 어느 날 사진관에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내용이다. 부엉이 사진사는 편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곰 조수와 함께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먼 길을 나선다. 길에서 많은 동물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다.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고 이 편지를 보내셨죠?"


그러나 동물들은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이내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사진 한 장 찍어주시겠어요?"


그렇게 부엉이와 곰 조수는 사향소 가족을 만나고 바다코끼리 가족을 만나고 벨루가 가족도 만난다. 만나는 동물 가족마다 사진을 찍어 준다. 카메라를 세우고, 천을 들추고, 숨을 고르며 찰칵! 사진을 받아 든 동물들은 한결같이 인사한다.


"우리 가족의 소중한 순간이 담겨 있네요. 고마워요."


사진은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편지의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북극에 도착한 사진사는 바다표범과 북극곰, 북극족제비, 북극레밍과 눈토끼를 만나고 마지막에 설원 끝에서 북극여우 가족을 만난다. 할머니와 아기 여우였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편지를 보낸 건 바로 그들이었다.


부엉이 사진사는 여우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찰칵! 사진을 받아 든 북극여우는 말한다.


"우리 가족의 소중한 순간이 담겨 있네요. 정말 고마워요."


그날 밤, 아기 여우는 할머니 여우와 깊은 잠에 빠진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도 할머니는 깨어나지 못한다. 이 장면을 읽어줄 때, 로리가 내 옆에서 물었다.


"할머니 여우는 어떻게 된 거야?"

"하늘의 별이 됐나 봐."


그 말을 듣자마자 로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게 안기며 말했다.


"할머니! 할머니는 별이 되지 마. 응? 제발~."


손자의 이 말은 그림책 밖에서 튀어나온 말이지만, 책 보다 더 또렷하게 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이 남긴 자리, 할머니를 떠나보낸 아기 여우는 혼자가 되어 슬퍼하고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북극여우 곁에서 슬픔을 달래준다. 그리고 여우에게 함께 갈 것을 묻자 여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여우와 함께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다. 부엉이 사진사는 자기 가족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소개했다. 그리고 가족사진을 찍음으로써 새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곰 조수가 찍어준 부엉이 가족사진 속에 북극여우가 함께 서 있다. 이제 여우는 그들 가족 안에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아이를 품어 안는 부엉이 가족으로부터 독자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린 이시원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외로운 존재를 사랑으로 품어낸 소중한 마음들을 작은 그림책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었다고.

나는 이 그림책을 통해 로리의 마음을 또 들여다볼 수 있었다. 로리가 울먹이며 하던 말이 오래 남는다.


"할머니, 별이 되지 마."


그 말을 이렇게 바꾸어 주고 싶다. 언젠가 별이 되어도, 사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서 있을 수 있다고.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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