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임신 준비

2020년 5월

by 안나

캐나다에 온 지 1년을 갓 넘긴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으로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추기 시작했고 내게도 집에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솔직히 전혀 우울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영주권을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편과, 수입이 불안정한 나. 둘이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장 매달 마이너스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생활비는 물론, 막상 캐나다 캘거리라는 지역에서 한낮 외국인 노동자인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쉽게 얻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에, 지금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고, 또 실제로 밤에 잠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곤 했다. 결국 당장은 하고 싶었던 분야를 독학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가 나중에 영주권을 취득한 후에 학교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취업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진로와 가계에 관한 고민을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출산과 육아였다. 출산과 육아에는 얼마나 큰 희생이 따르는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아이를 꼭 낳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 기억과 내 몸이 출산이 가능한 몸인지에 대한 걱정 (걱정은 간절함을 낳는다), 남들이 하는 일은 전부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성격 등이 합쳐져 이미 마음 한 켠에는 나의 아이를 꼭 낳고 싶다는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걱정에도 만류하고 꾸역꾸역 캐나다로 넘어온 큰 이유 중 하나도 내 아이는 이곳에서 키우겠다는 욕망이었다. 그런데 만약 남편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경력을 쌓고, 영주권이 진행된 후에 다시 또 내가 학교에 가서 졸업하고 취업하게 되면 이미 내 나이가 서른일곱은 넘어갈 텐데. 그러면 그다음에 언제 아이를 키워서 복직을 해야 하나 생각하니 그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학교를 시작하기 전까지 남아있는 지금이 바로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이에 대한 대화를 진지하게 나눈 후에 본격적으로 임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와 상담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을 텐데, 여기 캐나다는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한국처럼 쉽지가 않다. 패밀리닥터와의 상담을 먼저 예약한 후, 패밀리닥터가 연결해주는 전문의의 연락을 하릴없이 기다리다가 연락이 오면 그제서야 만남이 이루어진다.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그런 과정을 다 거칠 생각만 해도 조바심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평생을 생리불순과 싸우며 살아온 사람이다. 첫 생리도 고등학생 때 했을 정도로 많이 늦은 편이었고, 그 이후로도 1년에 두 번 생리를 하면 많이 한다 생각했을 정도다. 그렇게 여태 생리불순으로 살아온 내가 최근 들어서 아주 늘어지게나마 생리 주기 비슷한 것이 생겼다. 캐나다에 와서 짧았던 5개월의 회사생활 기간만 제외하면 40~45일 정도의 생리 주기가 생겼다. 또다시 내 몸이 틀어지기 전에 시도하고 싶었다. 아 지금인데! 지금 당장 임신해야 되는데! 맘카페를 들어가 이것저것 정보를 검색해보니 '배란 테스트기(Ovulation Test Strips)'라는 것이 있었다. 주기가 불규칙한 만큼 배란일을 알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 즉시 아마존에서 배란 테스트기 50개와 임신 테스트기 20개를 묶어 $26.95에 파는 easy@ Home의 Ovulation Test Kit 상품을 결제했다. 워낙에 택배 배송 자체도 느린데 코로나로 인해 세월아 네월아 배송이 오지 않는 택배를 기다리자니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Walmart, Safeway, Shoppers 같은 곳에서 사자니 또 너무 비쌌다.​




택배 도착 예정일 전날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노는 날이었다. 5월 26일 화요일, 저녁 늦게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친구네 집으로 향했는데, 이상하게 음식을 많이 먹지도 못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어지럽고, 토할 것만 같았다. 결국 창백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걱정만 끼치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배송 예정일보다 하루 일찍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갑자기 아프던 배가 싹 나았다. 택배 상자를 바로 뜯었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바로 테스트를 했다. *Premom이라는 앱을 다운로드받아 소변 컵에서 뺀 후 7분이 지난 테스트기의 사진을 찍으면 결과 수치를 자동으로 보여준다. 결과는 테스트/컨트롤 지수 (T/C Ratio) 0.7, 배란에 의한 임신 가능성 낮음 (Low)이었다. 아직 배란일까지 열흘은 남았을 거라는 예상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었다. 나는 곧 배란일이 다가오는 걸까, 아니면 다낭성으로 인해 365일 높은 수치를 내뿜는 것일 뿐일까? 임신을 마음먹는 순간부터 내게 평온과 안정이 없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소소한 일에 걱정이 앞설 줄은 몰랐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easy@ Home의 배란 테스트기(Ovulation LH Tests) 50개 + 임신 테스트기(Pregnancy HCG Test) 20개 한 세트. 부디 이 한 박스를 다 쓰기 전에는 임신이 되어야 할텐데..



premom 어플리케이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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