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화)
1. 보호자가 환자를 바라보는 눈빛, 대하는 태도. 잠깐의 모습으로 그들을 판단한다면 나의 선입견일 수도 있겠으나 “마비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서로를 대하는 모습으로, 나는 그들이 함께 해온 지난한 날들을 짐작해 본다.
2. 56세 남자. 기저력, 복용약 없고 가족력도 없는데 왜? 아니나 다를까 매일 한 갑의 담배를 피운 지 30년이 넘는 현재 흡연자였고, 매일 소주를 한 병씩 마시는 알코홀릭이었다. 술, 담배 하세요?라는 나의 병력 청취 질문에 그는 못 들은 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다소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뇌의 큰 혈관이 막혔고, 그래서 지금은 주먹 쥐는데 힘 빠지는 정도지만 더 심해지면 왼쪽 팔다리 아예 못 움직일 수도 있다, 뇌경색이 크게 와서 뇌가 많이 부으면 뇌 탈출 일어나서 진짜 위험할 수도 있다. 나의 비극에 가까운, 그러나 사실인, 설명들을 그녀는 한 번도 끊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큰 눈에서는 겹겹이 쌓아 왔을 그러다 한 번씩은 본인도 모르게 내뱉었을 원망하는 마음, 그리고 그 원망하는 마음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3. 그가 시술대에 눕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환자실에 입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그의 왼쪽 팔다리는 중력이 세어진 것 마냥 침대에서 들어 올려지지 않았고 좌우로도 아주 간신히 움직이는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었다. 조영술로 확인 한 그의 혈관은 그가 보냈을 하루하루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었다. 군데군데 좀 먹은 듯 울통 불퉁했고 매우 좁아져 간신히 혈류가 흐르는 곳도 있었다.
4. 새벽 세 시 즈음, 몇 번의 철사가 그의 허벅지를 통해 심장을 지나 뇌로 들어갔고 마침내 무균 테이블엔 그의 팔다리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혈관 찌꺼기들이 끄집어내져 있었다. 마치 지우개똥처럼. 다시 시행한 조영술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그의 혈관은 매끈하고 통통한 수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의 팔다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가 의지하는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세기만큼 작동했다. 이것이야 말로 타임머신이 아니고 달리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축적된 찌꺼기들로 망가졌던 혈관이 과거를 걷어내고 말끔해진 것처럼 그의, 그리고, 그녀의 하루도 새로운 기록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