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학여행.
“나나 있으니까 딴짓하지 말고 일찍 자라.”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고 나갔다.
누워있는 등 뒤로 애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작은 소리는 아니어서 들으라고 하는 얘기가 맞았다.
내가 있어서 얼마나 재미없는 여행이 됐는지 나도 잘 알았다.
그게 학교에서 간 마지막 여행이었다.
바쁜 부모님이 일 년에 두 번 시간을 낼 때는 교회 수련회를 갈 때였다.
부모님은 수련회에서도 바빴기 때문에 나는 혼자였다.
한참 크는 애들에겐 나의 걸음에 맞췄다가 가장 늦게 밥을 먹는 일은 어려웠다.
대학생이 되니 친구들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십 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무서워졌다.
매번 다음에 가자고 했더니 같이 가자는 말이 없어졌다.
바다는 보고 싶은데 세상은 무섭고
그렇다고 같이 가자고 할 사람도 없이 20년.
그리고 요요가 건넨 손.
제주도에 가자마자 아무 길가에서 본 바다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