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글을 쓰는 대학생이 되자
시작은 동기들과 함께 개설한 벌금형 스터디였다. 무려 재작년에 만들어진 이 스터디는 오로지 신춘문예 투고만이 목표였다. 소수정예로 확실한 아웃풋을 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인원은 딱 세 명뿐이었다. 스터디명에 섞인 약간의 비속어는 그만큼 신춘문예를 향한 우리의 간절함과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우리 스터디 규칙은 이러했다.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작품을 내는 것, 금요일까지 단톡방에 작품을 공유하고 주말 동안 서로의 작품에 피드백을 해 주는 것. 이 두 가지가 기본이었다. 작품을 내지 못할 시 3,000원, 피드백 댓글을 남기지 못할 시 1,500원의 벌금을 필히 공용 계좌에 입금해야만 했다. ‘벌금이 너무 적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대학생에게 4,500원이란 1교시 수업 들어가기 전 정신을 깨워주는 아이스 커피 한 잔 사 먹을 돈이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겐 굉장히 소중했다.
하지만 초반의 불타오르는 열정은 금세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당시 스터디를 시작한 한 달 동안은 꾸준히 글이 올라왔다. 그야 시작이니까. 적어도 스터디를 처음 제안한 나만큼은 꾸준히 글을 올려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가짐은 학교 과제, 시험 기간, 아르바이트 등과 같은 이유로 인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진심으로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싶은 게 맞는 건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스터디를 진행하며 엄청나게 값진 깨달음 두 가지를 얻었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깨달음은 바로 꾸준함을 이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세계관이 엄청난 대서사시의 판타지물을 구상했다고 치자. 주변 지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어찌저찌 초반부 줄거리를 다 작성한 상태다. 하지만 끈기가 없어서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작가의 노트북 폴더 안에서만 살아 숨 쉴 뿐이다. 결국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많은 독자들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작품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면 높은 퀄리티의 글은 나올 수 있을지언정 오래 유지되는 글은 탄생하기 어렵다.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말고 습관처럼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단 뭐가 됐든 쓰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아웃풋을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한 가지는 남들에게 내 글 보여주기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 글이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멋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피드백 받기를 꺼린다. 그러나 글은 피드백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평가받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추는 것이나 다름없다. 혼자 끙끙대며 여러 차례 퇴고하는 것보다 차라리 평가를 통해 빨리 부족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편이 낫다. 나 혼자 내가 쓴 글을 오랜 시간 보다보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힘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아마 이 두 가지 깨달음은 앞으로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 굳건한 기준이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2026 신춘문예 공모가 어느 정도 끝난 지금 이 스터디는 다시 목적성을 잃고 부유하는 중이다. 아마 올겨울을 보내고 나서 다시 스터디 활동이 재개되지 않을까. 지난 한 해 동안 나의 반성과 자괴감이 담긴 글을 읽어준 동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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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