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이 책 읽지 마
며칠 전 저녁 이마트에 갔다. 마감 세일이라고 50%를 할인하는 품목들이 있었다. 당연히 사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근데 내 나이도 50% 할인해 주면 안 되나. 그럼 스무 살인데. 2003년, 갓 대학에 입학해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친구도 새로 사귀고 술도 마시면서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런데 2003년엔 내가 대학에 입학한 일 말고도 놀랄 일이 많았더라. 그중 하나가 이 책이 대한민국에 등장했다는 거다. '비상식적 성공 법칙' 2022년 작년에 핫했던 책 중 한 권이고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올해 초에 이 책을 읽었다. 투박하지만 가식 없는 진솔한 표현으로 성공에 대해 말하는데 가히 충격이었다. 머릿속에서 이제 막 재조립된 생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게 아닌가.
당시 나는 지난 39년 세월 동안 겪은 경험과 생각, 지식들이 얽히고설키면서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을 읽은 것이다.
한국에 처음 발간됐던 2003년부터라고 해도 무려 19년이 지났다. 내가 19년을 겪고 2023년에 들어서야 재정립된 생각들인데, 스무 살이었던 2003년에도 눈만 돌리고 잘 찾았다면 만날 수 있었던 내용들이었다니. 심지어 그때 난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뒤통수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의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목적의식, 그러니까 나만의 미션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행동해라. 행동한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 발붙인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완벽해졌을 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상향을 그리며 살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무언갈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그런데 나를 유심히 관찰해 보니 나는 완벽을 지향한 게 아니었다. '완벽 지향'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겁쟁이에 불과했다. 그 뒤에서 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거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라고 하면서.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 그간 읽은 여러 책을 통해서도 많은 지식인들의 말에서도 들은 건데,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몸소 느끼다니. 이래서 사람을 경험과 학습의 존재라고 하는 건가 보다.
지금은 인정한다.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고. 그러니 작더라도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자고. 내가 좋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무한도전처럼? 그러면 완벽한 때는 오지 않더라도 나에게 맞는 때는 찾아오겠지. 각자의 속도는 다르고 때도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스무 살의 나를 만나도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야! 넌 이 책 읽지 마"
그때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도 지금의 내가 느낀 만큼 느끼지 못했을 걸 알기에. 지금까지의 경험과 생각들이 쌓였기에 이제야 이 책의 내용이 받아들여졌으니까.
어쩌면 그때는 '아, 좋은 내용이네'하고 말았을 거다. 당시엔 자기 계발서보다는 시와 수필을 좋아했고 돈과 성공보다는 술과 연애, 그리고 사랑에 관심이 있었으니까.
아! 그 경험을 살려서 이제 돈하고 연애를 해봐야겠다. '돈은 뭘 좋아하지? 돈에게 관심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름을 지어주어야겠다. 좀 더 가깝게 느껴지게 말이다.
뭐라고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