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을 오르는 건 좋아하지만, 등산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게 당최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등산(登山)의 한자 뜻이 오를 등(登) 메 산(山) '산을 오르다'인데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등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이런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이나 레깅스와 같은 운동복을 입고 등산화를 착용한 채 정상을 향해 오르는 모습 말이다.
정상을 빠르게 오르기 위해서는 최단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최단 코스는 대체로 가파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행여 발을 헛디디진 않을까 발아래를 예의 주시하며 올라야 한다. 그리고 속도가 처지기라도 하면 뒤에 오르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좁은 등산로에서 비켜주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나는 둘레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걸 선호한다. 비록 정상은 조금 늦게 오르더라도 걷는 동안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고, 햇살과 바람이 주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스쳐가는 여러 생각을 곰곰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
인풋과 아웃풋이 놀랍도록 빠르다 못해 가끔은 무서울 정도인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보다 빠른 결과물을 원한다. 안 그래도 '빨리빨리의 민족'인데 말이다. 물론 나도 이 특성이 월등한 장점이 되는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와 상황을 막론하고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순간들이 아쉬울 때가 있다. 특히 앞으로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분야가 그렇다.
어쩌면 나와 내 생각의 산물인 글들은 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0일 만에', '7일 만에 바뀌는', '10분 만에 좋아지는', '3분만 하면'. 내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비법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에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있다. 발로 밟는 풋 브레이크처럼 운행 중인 차량을 바로 제동 할 순 없지만, 함께 사용하면 차량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경사면에 주차를 할 경우에는 다른 브레이크에 들어가는 힘을 분산시켜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나의 글들이 사이드 브레이크와 같기를 바란다. 앞을 바라보며 나아갈 땐 필요하지 않겠지만, 난관에 부딪히거나 힘이 들어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 곁에(side) 두고 쉬어갈(break) 수 있기를. 그리고 본인이 갖고 있던 틀을 조금이라도 깨고 밖으로 나와, 자신과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느끼며 틀을 더 넓힐 수 있게끔 해주는 역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