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주방 나의 차고 그리고 평화로운 주말
PC로 보시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며
세세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호주로의 이민을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 곳에 오게 되었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남편은 영어권 국가 중에 상시로 워킹홀리데이비자를 신청, 발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여서 그 당시 호주를 선택한 듯싶습니다.
그저 이런 이유로 우리의 이민 정착지가 호주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당 10억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호주의 영주권 자체가 목표였던 적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마음 편히 살려면 영주권이 필요하다기에
필요한 절차들을 겪으며 하나씩 해결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유학원이나 이민 사무소의 좋아만 보이는 '호주 영주권 혜택' 광고에
긍정의 에너지를 받은 적도 분명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금 더 깊게 뿌리내리면 내릴수록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 곳의 단점들과 부족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왜 힘든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냐 물으신다면
이것이 우리가 함께 설정한 첫 번째 공동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함께 이루어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울고 웃고 여전히 한 번씩 힘든 일도 있지만
정말 작은 것 하나하나 상의하고 고민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그만큼 그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이 충만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삶을 그저 막연히 참는다 생각하지 않고
의지로 견뎌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선택'입니다.
한국에서도 힘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해야 했고,
대학에 가야 했고,
취업을 해야 했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나의 선택은 없었습니다.
낙오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만들어낸 어떤 의지들이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는 평균치처럼 비슷하게 살고 싶다는,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유약한 겁쟁이의 최소 노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정말 보통의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먹으면 나도 먹고 싶고
다른 사람이 갖는 건 나도 갖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신경 썼었고
나의 좋은 면만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나에게 스스로 지쳐가며
더 이상 비슷한 삶을 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나의 의지로만은 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고 각종 두려움과 근심, 걱정을 던져주는 곳 말입니다.
그래서 낯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 왔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사소한 것 하나 온전한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이 삶이 나는 꽤나 견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 누군가는 이렇게 이민 1세대로 살아가는 것이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비주류'의 삶이라고 비아냥댈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나를 둘러싼 누군가들로 이루어진 그 집단의 성향으로
나를 재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그게 싫어서 이 곳에 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는 이렇습니다.
- 5일 일하고 2일 쉬는 삶
- 50주 일하고 2주 여행하는 삶
평범해 보이는 이 삶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살수록 알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꿈꾸며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중심엔 언제나 나와 그
그리고 언젠가 우리에게 찾아와 줄 아이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들의 일을 종합해보면
우리의 취미 중 하나는 그것을 꿈꾸는 것이다.
너의 주방 나의 차고
그리고 평화로운 주말
- 내 남편의 페이스북 마지막 피드
2년째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