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꽃대가 가늘고 길쭉하게 뻗은 꽃들을 좋아한다. 그런 줄을 이제야 알았다.
아무리 그런다 해도 꽂꽂하게 서있다거나 존재감이 너무 두드러지면 또 맛이 나지 않는다.
대체로 쑤욱 고개를 내밀고는 있으나 송이가 크지 않고 저혼자 돋보이는 주인공격의 색도 아니며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나부끼고 그 자리에 피었다가 그런 줄도 모르게 지고 마는 꽃들이다.
라고 써놓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백합류나 나리꽃 종류도 좋고, 비현실적인 컬러감으로 매혹하는 양귀비도 좋고,
그보다도 키가 훌쩍 큰 접시꽃도 좋다.
도라지 꽃도 그중 하나다. 보통 흰색이나 보라색으로 피는데
풍등 모양으로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부풀어올랐다가 다섯 잎으로 터지며 꽃잎 색을 드러낸다.
재배지에 가면 이 또한 군락이겠으나 우리집 옥상에서는 두서너 줄기가 자라고 있다.
엄마가 씨를 뿌린 적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도라지를 손질하고 남은 것들을 버린 자리에서 올라왔을 것이다.
여름 내 한두송이 피고지고를 반복하다가 찬바람 드는 녘에 다시 한번 꽃을 피웠다.
"이쁘지야"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가 거든다. 아무렴. 이쁘다.
엄마가 예뻐해서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도라지를 위한 꽃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떨기 들꽃처럼
일상적이기도 애잔하기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엄마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
회사가 부쩍 어수선해져서 마음이 무겁다.
경쟁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을 매만지며 평화롭게 살고싶다는 생각뿐이다.
조직에 있는 이상은 힘들다.
이럴 때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지고 없는 도라지꽃이 눈물나게 예뻐서
소란스러운 마음 가에 꺼내본다.
7월과 9월의 볕은 이렇게나 다르다. 새삼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