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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Mar 23. 2020

이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방콕 타이베이 여행기 말입니다 

베를린 여행기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애저녁에 떨어졌지만 오프라인으로 가열차게 작업한 <혼자라니 대단히 멋지군요>는 당당하게 이북으로 태어났습니다. 디지털 세상 만세 /--/ 


출간 작업을 맡아주신 홍아미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멋진 서평도 써주셨지요. 역시 프로는 다르더군요...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selectedLargeCategory=001&barcode=480D200328650&orderClick=LAG&Kc= 

책은 요기서 볼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말고도 다른 서점에서도 곧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허나 너무 흥분해서 바로 올립니다. 



홍아미 작가님의 서평 전문도 함께 읽어보세요. 명문입니다. 



술꾼 도시 여자의 대단한 여행          


여행지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그 도시에도 얼굴이 있고, 몸이 있다.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는 곱게 화장한 얼굴만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여행자 또한 마찬가지로 여행지의 꾸며진 모습만 보고 싶어 한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잘 갖춰 입고 만난 소개팅 같은 거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분전환을 할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생긴다. 그러나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저 완벽한 화장 속 민낯의 잡티와 좁쌀 여드름 같은 것? 빳빳하게 다려진 수트 안으로 흐르는 땀과 피지 같은 것 말이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땀과 냄새, 불규칙하게 솟아나는 털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외면한다. 혹여나 숨기지 못하면 그것을 예의 없다고 여긴다. 사실, 두세 시간의 소개팅에서는 그러한 위장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리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만약 일주일, 아니 24시간 이상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가능 불가능을 떠나 고행에 가깝지 않을까? 자세는 흐트러지고, 절로 하품이 나오겠지. 방귀는 어떻게 참을 것이며, 화장실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분명 더 친해질 것이다. 깊은 얘기도 나올 것이고, 농담은 더 진해지겠지. 상대방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필시 불편할지라도, 2시간의 소개팅보다는 24시간의 합숙이 ‘서로를 잘 알기 위한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안나의 여행기, ‘혼자라니 대단히 멋지군요’를 읽으며 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부제(‘술냄새 풍기며 방콕, 타이베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분명 전형적인 관광 도시인 방콕과 타이베이를 여행하며 쓴 기행문이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감상은 거의 나와 있지 않다. 이 책의 내용은 여행지에서 술 마신 이야기, 술 마시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술 마시면서 떠오른 과거의 기억이나 상념들이 대부분이다. 읽다 보면 글에서 실제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나 또한 방콕과 타이베이를 여러 번 여행했고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혼자 여행한 적도 있고, 친구들과 여럿이서 즐긴 적도 있으며, 출장으로 다녀온 적도 있지만 안나처럼 여행한 적은 없다. 그래서였을까. 이 익숙한 도시들이 낯설게 느껴진 건. 오롯이 혼자서, 맨 얼굴로 도시의 밤과 마주한 이 도시 술꾼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낯선 바에 들어가 자신에게 맞는 술을 찾아내고, 여유롭게 바텐더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돌린다. 현지인들에게 “대단히 멋지다”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든가, 여행에 대한 찬사,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여행은 가끔, 아니 자주 지리멸렬하며, 잊고 살았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자주 술을 부른다. 그 과정에서 농익어가는 여행이라니. 잘 익은 술처럼, 기분 좋게 취해가는 주당처럼, 안나의 여행은 꼭 그렇다. 술에 약한 나는 술로서 깊어지는 감정의 정도를 잘 상상하지 못한다. 안나의 글로 유추해보건대 그건 꽤 근사한 느낌임에 분명하다. 직접 경험할 수 없어 아쉽지만, 괜찮다. 사람마다 생긴 모양이 다르듯 여행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이 멋진 술꾼 도시 여자가 써내는 대단한 여행기로 대리만족하기로 한다. 


-여행 작가 홍아미<지금, 우리, 남미> <그래서 너에게로 갔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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