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다 in Jeju
제주의 자연에 이끌려,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과의 인연에 이끌려 제주에서 봄, 여름, 가을을 맞이하고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한달살이를 계획하고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성산항에 들어설 때만 해도 내가 제주에서 사계절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 시대, 사람과의 접촉이 금기시되고 내 집 앞을 나서는 것조차 마냥 편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겠다는 결심조차도 주변의 염려가 될까 싶어 알리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우선된 목표들을 마무리하느라 나름 치열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을 원했고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컸던 터라, 한 달간의 제주살이를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동안 미뤄진 글들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먼저 한달살이를 위한 나름의 짐들을 차에 실어 3시간 반이 지나 녹동항에 도착했고, 배에 승선 후 또다시 3시간 반의 운항을 거쳐 성산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가까이 이미 어둠이 깔린 길을 달려 대평리의 한 펜션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여러 번 제주를 방문했었지만, 이번 머묾의 시간 동안은 관광지를 벗어난 한적함 속에서 그간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한 권의 책을 완성하고 싶었기에 선택한 곳이었다. 제법 깊은 피로감에 힘들게 짐을 풀고, 숙소를 감싸고 있는 도시와는 다른 짙은 먹색 어둠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아침,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먼 수평선을 채우고 있는 은갈치 빛 바다가 보였다. ‘그래, 내가 제주에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