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크홈

룸퍼퓸 제작 이야기

by 김리온

룸퍼퓸은 코로나19로 강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시기에 만들게 되었다.

그때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될 수 있으면 집에 머물렀고, 모든 접촉이 최소화되며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었다. 나 역시 그 변화 속에서 일에 대한 고민, 삶의 방향까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출근도 못 하고, 모임도 끊기고, 심지어 결혼식도 미뤄지던 그 시절.
나는 그 와중에 출근, 모임, 결혼을 위한 ‘신발’을 만든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물론 사람들은 앞으로도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시간까지는) 신발을 신고 살아가겠지만, 달라진 일상만큼 신발이 지니는 의미도 바뀌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샛길로 빠지다가, 룸퍼퓸을 만들게 되었다.
화장품이나 향수를 좋아하긴 했지만, 신발 말고 다른 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셨던 것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내 감각의 기억들은 대부분 집 안에서 만들어졌다.
귀에서 윙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오후, 몇 시간이고 뚫어지게 바라보던 벽지 무늬나 장판,
다락방에서 책들에 파묻혀 누워 있던 순간, 마당에서 피어오르던 꽃향기,
동생들과 함께 놀던 시간들까지. 모두 ‘집’이었다.

우리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고, 엄마는 계절마다 목련과 장미를 피우고, 딸기와 감, 포도 같은 과일이 열리는 정원을 가꾸셨다. 인테리어도 자주 바꾸고 가구 배치도 새롭게 하며 늘 집 안팎을 정성스레 돌보셨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감나무는 매해 가을이면 붉은 감을 매달고 있다.
그 마당에 얼마나 많은 꽃과 풀이 피고 자랐을지, 이제야 마음 깊이 느껴진다.

엄마는 몇 해에 한 번씩 커튼을 바꾸고, 장식장엔 아름다운 소품을 하나씩 채워 넣으며 집을 꾸미셨다. 가구만큼은 브라운 톤의 묵직한 원목을 고수하셨는데,
어린 나는 레이스 달린 하얀 가구가 예뻐 보인다며 살짝 불만이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집을 돌아보니 딱히 내 취향도 없고 마음에 쏙 드는 구석도 없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게 부지런히, 정성껏, 사랑으로 집을 꾸며온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나 스스로는 원래도 집을 가꾸는 데 취미가 없었지만,
코로나 블루와 여러 가지 일로 무기력해진 마음은 더더욱 집 안 가꾸기를 멀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맡았던 그 집의 냄새가 그리워졌다.
엄마가 가족을 위해 해주신 수많은 일들이 모여 만들어진 향기.
그 향은 내 어린 시절 대부분을 감싸고 있던 냄새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선 어떤 향이 날까.
내 아이는 훗날 우리 집을 어떻게 기억할까.

엄마처럼은 못하더라도, 나도 우리 집만의 향기를 만들고 싶어졌다.
어쩌면 갑자기 잘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집 안에 따뜻한 향기를 더한다면 그 향이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는 생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신발이든 향이든, 결국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이번엔 ‘집’이었다.
나도 이제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기억될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 엄마의 향기, 지금의 나를 통과해 룸퍼퓸이 만들어졌다.

어쩌면 이건 무기력한 나를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려는,
스스로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마음이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기 위한 치유의 시작이었을지도.

결국 나는 내 마음에 꼭 드는 향을 만들었고,
그 향은 나에게 큰 위안과 치유가 되어주었다.

이 향이, 이 룸퍼퓸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다정히 함께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라이크홈을 뿌리고 나면,
라이크홈의 우디한 향이 마치 숲속 나무집처럼
당신의 집을 감싸 안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