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산티아고까지 완주하지 않았다.
레온에서 멈추었다.
완주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전혀 아쉽진 않다.
완주와 기록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이 순례길을 걷는 나의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천천히 나에게 집중하며 들여다 보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난 그 목표에 만족하리 만큼 즐겼다.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마지막까지 완주, 완료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 단순한 사고를 지닌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을 그렇게 모 아니면 도로 살고 싶지 않다. 나만의 인생에서 나에 맞는 속도가 있고 기회가 있으며 그 안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다. 정답이란 없는 것. 하나님께서 나만을 위해 예비한 나의 길을 묵묵히 걸으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아쉽지 않은 이유이다.
순례길에서 느낀 거.
1. 난 역시 돈이 중요하다
2. 난 역시 즉흥적이다.
3. 난 역시 승부욕이 쩐다.
4. 난 역시 귀여운 관종이다.
5. 난 역시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다.
6. 난 역시 일개미이다.
7. 난 역시 한국인이다.
8. 난 역시 하나님 사랑 듬뿍 받는 사람이다.
나는 비장하게 만드는 말들이 싫다.
순례길 걷는 다고 뭐 대단한 깨달음이나 자아를 찾는다라는 거대한 건 잘 모르겠다.
그냥 나를 다시 확인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나는 누구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나는 나에 대해 잘 몰랐고 확신도 없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기댈 곳이라곤 나 자신뿐인 곳에서 나를 더 사랑 할 수 있었고, 내 자신을 온전히 믿어 줄 수 있었고, 내가 선택하는 모든 것들에서 내 스스로 느끼고 배운게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예를 들면 사소하게 매일 선택하는 알베르게, 매 끼니 고민하는 것 마저도 다 내 성향이고 내 성격, 그냥 나라는 사람이더라.
나는 원래 눈치를 많이 보고 남들에게 잘 맞추는 걸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소홀히 대했던 것 같다.
여기서는 남 신경 안쓰고 나에게 집중하고, 솔직해 질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게 감사하다.
나를 더 사랑해 줄 수 있었고
온전히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았던 이 길이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었고 이 후 나의 삶을 크게 바꿨다.
이래서 다들 순례길에서 자아를 찾는다 뭐라나 하는 것 같다.
바다보다 산, 하늘을 좋아해서 자연을 맘껏 보며 걸었던게 제일 좋았고,
생애 첫 별똥별도, 한번에 5개씩 봐서 너무 행복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저마다의 모양으로 살고 있는 걸 보면서 누구도 정답은 없지만 그 중에 나 라는 사람은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어떤 모양으로 살아야하나, 난 어떨 때 행복한가, 나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가를 조금이나마 맛을 본 경험이었다.
이 맛을 보기 위해 이제껏 막연히 열심히만 살았나보다. 이 전에 무턱대로 열심히만 산 나의 모습도 가치있다. 그런 경험이 베이스로 있기 때문에 이런 맛을 보고 내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베이스조차 없다면 맛을 봐도 그 맛이 특별한 맛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내 안에 '나'라는 씨앗의 싹이 텄다. 그래서 나는 순례길이 너무 좋았다.
매일 매일이 감사 그 자체였던 하루 하루.
싹이 자라서 잎을 내고 나만의 선한 향기를 내는 꽃을 피울 앞으로의 내가 기대된다.
매일 술이 함께한 술례길같은 순례길이라도, 순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