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텀을 두고 매일같이 나를 찾아오던 그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 분이 참 열심히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력하는 사람을 좀 더 도와주고 싶고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들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윗선에 이 분을 소개했고, 우리는 메신저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마침내 사업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방글라데시에 가서 사장을 다시 만나려니 무서웠다.
내가 이 사람을 딱 3번 봤는데 실체가 있는 회사인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인터폴에 수배된 범죄자는 아니가 싶은 의심이 들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있는 내 거래처에 이 분 회사와 이름을 이야기했더니 서로 잘 아는 곳이었다. 해외 사이트에 회사 이름과 사장도 검색해 봤다. 그제야 나는 크게 걱정하지 말고 가서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조금 더 들었다.
무슬림 국가에서 내가 믿는 사람은 나와 1*년 동안 일을 한 파키스탄 사장뿐이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오랜 기간 함께 많은 일들을 해 왔으며 내가 언제든 메신저로 연락해도 답이 빠르게 온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방글라데시 거래처나 아니면 파키스탄에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보다는 나에게 좀 더 빨리 올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이 걱정은 방콕에서 이미 사라졌다.
다카 공항으로 픽업 나온 방글라데시 업체 사장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다.
비만 방글라데시 항공 탑승 전부터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누구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카 공항에서 짐을 찾고 출국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분들을 뒤로한 채 나는 방글라데시 업체 사장과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내가 묵을 호텔은 1966년에 지어졌는데 80년 대에 리모델링을 한번 거쳤다.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든다
다음 날 조식 때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이 호텔에 묵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또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호텔에 올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80% 이상 있었다. 식당에 있는 아시아인들은 전부 일본 사람들뿐이었다.
방글라데시는 빵도 참 맛이 없다. 강제로 밀가루 다이어트를 하게 되네
트레이너한테 식당 사진을 찍어서 보내니 과식하지 말고 야채랑 단백질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독이다. 과일에도 당 성분이 많아서 무엇이든 적당한 섭취가 최고다
나머지는 전부 방글라데시 음식인데 향이 낯설어서 손이 가질 않았다. 난 이태원에서도 중동 식당은 가지 않는다
아침을 다소 부실하게 먹고 나서 방글라데시 사장이 보낸 기사를 만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다카는 교통 체증으로 도로가 아수라장이다. 우리나라 교통경찰이 가서 딱지 떼면 하루에 억 정도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듯하다
방글라데시 사장은 나를 군사 박물관에 데리고 갔다.
콜롬비아에서도 군사 박물관에 갔는데 방글라데시에서도 군사 박물관에 오게 되다니 감사했다.
왜 방글라데시 배는 앞 뒤가 뾰족한지 모르겠다. 방글라데시에도 육, 해, 공군이 전부 있다
방글라데시도 과거에 주변국 인도와 파키스탄하고 치고받고 엄청 싸웠다. 덕분에 총과 칼 그리고 대포 등 무기가 많더라
이게 영화에서나 보던 레이더망인가? 5개의 적군을 조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춥다고 하는데 방글라데시는 33도였다. 하늘은 굉장히 맑고 구름이 정말 많았다. 최근에 지은 박물관이라 볼거리도 많고 깔끔하게 잘 해 놨더라
박물관 투어를 마친 후 박물관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 커피 시켰는데 자판기 커피로 뽑아주는 건 뭘까? 이럴 거면 설탕 넣을지 말지는 종업원이 왜 물어본 거야? 서울서 고깃집 왔다가 후식으로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기사가 차 가지고 오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방글라데시까지 오는 게 쉽진 않았지만 와보니까 나쁘진 않았다. 나무도 이국적이고 도로는 우리나라 70년대 모습이 저럴까?
가까운 거리이지만 도로가 지옥 같아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름) 30분 뒤 회사에 도착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게 회사다. 사장이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50년 전에 지었냐고 물었더니 2002년에 건축한 거라고 해서 소리 내서 빵 터졌다
예전에 종로에 있는 딜쿠샤 내부 (리모델링 전)가 정말 궁금해서 몰래 들어갔던 글을 썼었다.
그런데 그때 그 딜쿠샤 내부보다 지금 이 회사 내부 모습이 딜쿠샤보다 훨씬 더 음침하고 느낌 있더라. 2002년에 지었는데 5층까지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다.
사장 따라서 올라가는데 중간에 부르카 입은 여성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꽤 어두운 복도라 잘 안 보인다. 근데 사진 속의 여자 눈이 너무 무섭게 나왔다
딜쿠샤에 있던 유리창과 꼭 닮은 층을 5번 지나니 5층 사무실에 도착했다. 겁나 힘들었음
정말 긴 회의를 마치고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식사로 점심을 먹었다. 사무실 바깥 풍경도 참 이국적이다. 나 어렸을 때 엄마도 밖에다가 빨래 말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