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Oct 12. 2022

방글라데시 2일 차_방글라 시장을 뚫어봅시다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했어요

지난달 태국에서 나는 한 방글라데시 업체 사장을 만났다.

시간 텀을 두고 매일같이 나를 찾아오던 그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 분이 참 열심히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력하는 사람을 좀 더 도와주고 싶고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들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윗선에 이 분을 소개했고, 우리는 메신저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마침내 사업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방글라데시에 가서 사장을 다시 만나려니 무서웠다.

내가 이 사람을 딱 3번 봤는데 실체가 있는 회사인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인터폴에 수배된 범죄자는 아니가 싶은 의심이 들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있는 내 거래처에 이 분 회사와 이름을 이야기했더니 서로 잘 아는 곳이었다. 해외 사이트에 회사 이름과 사장도 검색해 봤다. 그제야 나는 크게 걱정하지 말고 가서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조금 더 들었다.


무슬림 국가에서 내가 믿는 사람은 나와 1*년 동안 일을 한 파키스탄 사장뿐이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오랜 기간 함께 많은 일들을 해 왔으며 내가 언제든 메신저로 연락해도 답이 빠르게 온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방글라데시 거래처나 아니면 파키스탄에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보다는 나에게 좀 더 빨리 올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이 걱정은 방콕에서 이미 사라졌다.

다카 공항으로 픽업 나온 방글라데시 업체 사장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다.

비만 방글라데시 항공 탑승 전부터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누구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카 공항에서 짐을 찾고 출국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분들을 뒤로한 채 나는 방글라데시 업체 사장과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내가 묵을 호텔은 1966년에 지어졌는데 80년 대에 리모델링을 한번 거쳤다.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든다


다음 날 조식 때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이 호텔에 묵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또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호텔에 올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80% 이상 있었다. 식당에 있는 아시아인들은 전부 일본 사람들뿐이었다.


방글라데시는 빵도 참 맛이 없다. 강제로 밀가루 다이어트를 하게 되네



트레이너한테 식당 사진을 찍어서 보내니 과식하지 말고 야채랑 단백질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독이다. 과일에도 당 성분이 많아서 무엇이든 적당한 섭취가 최고다


나머지는 전부 방글라데시 음식인데 향이 낯설어서 손이 가질 않았다. 난 이태원에서도 중동 식당은 가지 않는다


아침을 다소 부실하게 먹고 나서 방글라데시 사장이 보낸 기사를 만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다카는 교통 체증으로 도로가 아수라장이다. 우리나라 교통경찰이 가서 딱지 떼면 하루에 억 정도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듯하다


방글라데시 사장은 나를 군사 박물관에 데리고 갔다.

콜롬비아에서도 군사 박물관에 갔는데 방글라데시에서도 군사 박물관에 오게 되다니 감사했다.


왜 방글라데시 배는 앞 뒤가 뾰족한지 모르겠다. 방글라데시에도 육, 해, 공군이 전부 있다


방글라데시도 과거에 주변국 인도와 파키스탄하고 치고받고 엄청 싸웠다. 덕분에 총과 칼 그리고 대포 등 무기가 많더라


이게 영화에서나 보던 레이더망인가? 5개의 적군을 조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춥다고 하는데 방글라데시는 33도였다. 하늘은 굉장히 맑고 구름이 정말 많았다. 최근에 지은 박물관이라 볼거리도 많고 깔끔하게 잘 해 놨더라


박물관 투어를 마친 후 박물관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 커피 시켰는데 자판기 커피로 뽑아주는 건 뭘까? 이럴 거면 설탕 넣을지 말지는 종업원이 왜 물어본 거야? 서울서 고깃집 왔다가 후식으로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기사가 차 가지고 오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방글라데시까지 오는 게 쉽진 않았지만 와보니까 나쁘진 않았다. 나무도 이국적이고 도로는 우리나라 70년대 모습이 저럴까?


가까운 거리이지만 도로가 지옥 같아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름) 30분 뒤 회사에 도착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게 회사다. 사장이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50년 전에 지었냐고 물었더니 2002년에 건축한 거라고 해서 소리 내서 빵 터졌다


예전에 종로에 있는 딜쿠샤 내부 (리모델링 전)가 정말 궁금해서 몰래 들어갔던 글을 썼었다.

그런데 그때 그 딜쿠샤 내부보다 지금 이 회사 내부 모습이 딜쿠샤보다 훨씬 더 음침하고 느낌 있더라. 2002년에 지었는데 5층까지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다.


사장 따라서 올라가는데 중간에 부르카 입은 여성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꽤 어두운 복도라 잘 안 보인다. 근데 사진 속의 여자 눈이 너무 무섭게 나왔다


딜쿠샤에 있던 유리창과 꼭 닮은 층을 5번 지나니 5층 사무실에 도착했다. 겁나 힘들었음


정말 긴 회의를 마치고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식사로 점심을 먹었다. 사무실 바깥 풍경도 참 이국적이다. 나 어렸을 때 엄마도 밖에다가 빨래 말렸었는데......


사장이 신실한 무슬림이라 회의 중간중간에 시간이 되면 나가서 기도를 하고 들어왔다.

5시간의 긴 회의를 마치고 나도 드디어 회사에서 해방이 됐다.


회사 앞에 있는 유치원인데 애들이 귀엽다. 신발을 밖에다가 보관하다가 없어지면 어쩌나?


한국이든 방글라데시든 퇴근은 항상 즐겁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이틀 밤도 저물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수는 방글라데시에서 만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