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카로 돌아왔어요

E의 고향을 방문하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6시간 떨어진 곳에 나의 거래처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E의 본가도 있다.

E의 가족들은 한국 사람들을 본 적이 없어서 나를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E는 오늘 꼭 본가에 가서 내 소개를 한 후 다카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한 시간이라도 더 빨리 다카로 돌아가서 숙소에다 짐을 풀고 스파를 하고 싶었다. 꿉꿉한 호텔에서 이틀을 묵었더니 온 몸이 눅눅해서 내 피부에 곰팡이까지 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일정은 E의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카로 돌아가서 회사 2곳과 미팅을 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아침이라도 든든히 먹어야 하는데 이 호텔 조식 역시 형편없었다. 어렸을 때 옛날 서부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식당에서 달걀 프라이 2개랑 식빵 2개에 쨈 발라 먹는 그런 곳이다. 무엇보다 밥을 먹는 내내 굶주렸던 모기떼들이 내 다리를 공격해서 도저히 참고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방글라데시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이야기를 적는 것 같지만 절대 과하거나 덜함이 없이 사실임을 분명히 밝힌다. 나랑은 너무 안 맞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 국가에서 2023년엔 수십만 달러를 회사로 벌어 와야 한다. 그게 나의 미션이다.

E의 계획에 따라 아침 9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역시나 누구 하나 코빼기도 안 보인다.

정말 매번 화가 난다. 짐을 로비에다가 두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방글라데시에서는 차에 타기 전에 꼭 화장실에 가자. 교통 체증으로 화장실이 급해도 못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다) 여자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40마리 정도의 시커먼 모기떼가 내 쪽으로 훅 달려들었다.

그래도 볼일을 봐야 했기에 양팔을 휘휘 저으면서 최대한 빨리 일을 마치고 도망치듯 나왔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미 엉덩이에 모기 몇 방 물린 것 같았다. 매일 뭔가 서럽고 힘들다.

호텔 로비 분위기도 뭔가 눅눅하다. 픽업 차량은 30분이 지나서 도착했고 중간에 주유하느라 또 멈췄다

40분을 달려 도착한 시골의 어느 마을에 대궐 같은 집이 보였다.

지금 밟고 있는 이 땅과 주위에 보이는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바나나 농장까지 전부 E의 소유라고 했다. 이쯤 되면 내가 크게 한번 놀라 줘야 하는데 전혀 부럽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에서 상류층으로 살 바에는 한국에서 지금처럼 살기를 택하겠다.

나의 거래처 사장 E는 생각 이상으로 잘 사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잘 사는 거면 차부터 중형차 이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차 안에서 냄새도 너무 난다)

E의 연못이다. 나라면 좀 깨끗하게 관리할 거 같은데 뭔가 방치된 기분이다. 그래도 너무 멋지다고 엄지척 해줬다

E의 집이고 오른쪽 사진은 부엌이다. 이곳에서 나의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상당히 찝찝한데?

나를 위해 준비된 아침식사다. 닭고기, 생선, 새우, 국수 그리고 E의 정원에서 갓 딴 바나나다

밥은 생각 이상으로 정말 맛있었지만 파리떼가 너무 많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파리가 많은 걸까?

E의 가족들은 떼거지로 몰려와서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정말 사진만 50장 이상 찍은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도 하고 립밤도 진한 색깔로 바를 걸 그랬다. 이상한 호텔에서 너무 피곤하게 자다 보니 선크림 바르는 것도 다 귀찮더라.

E의 어머니는 92세로 처음 한국 사람을 보신다며 내 손을 꼭 잡고 놔주질 않으셨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사시길 바라며 우리는 다시 6시간을 과속하여 다카에 도착했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미팅은 회사에 도착한다고 바로바로 진행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만나는 CEO들이 굉장히 바쁘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도착하면 일단 복도에서 대기 30분은 기본이다. 이번에도 복도에서 45분 기다렸는데 중간에 기존 나의 거래처들을 만나서 인사하느라 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내년에도 나 잊지 말고 매출 많이 올려주시길 바랄 뿐이다.

드디어 CEO랑 미팅하러 들어갔다.

내가 1* 년간 만난 CEO 중에 가장 거만하고 무례한 인간이었지만, 나한테는 따뜻한 차도 내어주고 다정하게 대해 주셨다. CEO의 사진도 찍었지만 그를 한국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분임)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나는 다음 미팅으로 또 이동했다.

아빠가 평소에 바나나 좀 많이 먹으라고 권하셨는데 방글라데시에서 바나나를 정말 많이 먹는다. 이게 점심이다

이렇게 남자 2명과 뒷좌석에 끼어서 모든 미팅을 다니고 있다. 이번 미팅 역시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3시간의 미팅 끝에 나는 드디어 내가 정한 호텔로 들어올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체크인하면서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시골에서 너무 고생 많았다. 난 절대 귀농은 못한다.

꿉꿉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 퀸사이즈 구스 침대다. 씻기 전에는 절대 침대로 향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만 먼저 찍었다

웰컴 푸드도 있는데 이번에도 바나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방글라데시에는 바나나 나무가 정말 많다

방글라데시 와서 힘들었던 나 자신을 위해 입욕제를 아낌없이 풀어서 전신욕을 했다. 방글라데시 독소야 다 빠져라

스파를 2시간 하고 나면 배가 너무 고프다.

그래도 밤에 뭘 먹을 수도 없으니 일단 꾹 참고 잠을 푹 잤다. 침대가 좋으니까 숙면은 알아서 따라오더라. 다음 날 새벽 6시 30분에 조식이 시작되자마자 뷔페로 향했다.

항상 그렇듯 과일부터 먹고 연어와 견과류를 먹는다

밥과 생선전 (이름이 따로 있던데 그냥 생선에다 계란물 묻혀서 부친 거다), 감자, 소고기 그리고 닭고기를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밀가루 과식도 했다. 한국 가면 다시 열운해야지

블루베리 요구르트에 견과류를 듬뿍 올리고 포도도 가져왔다. 수박 주스는 즉석에서 갈아준다. 설탕 무첨가라 조금 밍밍하지만 건강하게 마실 수 있다

잼은 몇 개 챙겨 왔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녹차도 마셨다

호텔방에서 바라본 뷰다. 정부 기관이라 건물이 깔끔하다. 방글라데시는 부정부패가 워낙 심해서 세금을 걷어도 다 정치인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 시간이 좀 있어서 호텔 안에 있는 마사지 샵에 갔다.

마사지받기 전 따뜻한 물수건과 오렌지 주스를 준다

마사지샵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저렇게 방 한 칸씩 들어가서 마사지를 받으면 된다

오늘 내가 마사지 받을 장소다. 탈의실도 깔끔하다

90분 마사지가 13만 원인데 내가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 시간 대비 훨씬 싸서 과감히 질렀다.

마사지를 받고 나면 허브차와 브라우니를 준다

오후에 일정 여유가 있어서 호텔 내부를 구경했다.

엄마가 수영복을 챙겨가라고 하셨지만 방글라데시도 지금 겨울이라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편이다.

무슬림 국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건 신기한 일이다. 좀 촌스럽지만 그래도 열심히 꾸며놨네

내일도 일 안 하고 호텔 안에서 먹고 자고 마사지만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