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왔어요!!! 대한민국이 최고임
내가 날 돌보지 않으면 누가 나 자신을 돌볼 것이며, 내가 자리를 비울 때 회사에서 밀린 일을 해 즐 사람은 누굴까?
나는 항상 나 자신을 1인 기업이라 생각하며 안과 밖으로 열심히 갈고닦고 있다. 자금이 없어서 부실한 기업이면 안되니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서 언젠가 긴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도 통장 하나 정도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깰 수 있는 소기업으로 매달 운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서도 안되고, 병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런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환경이 척박한 곳에 1주일 이상 머물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평균 수명이 60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생활환경이 중요하다. 사실 방글라데시에 와서 등과 엉덩이 그리고 팔에 가려움증이 생겼다. 나를 관리해 주시는 분 중 한 분께 SOS를 보냈더니 너무 건조해서 생긴 거라면서 크림을 온몸에 듬뿍 바르라고 했다.
그런데 한번 올라온 피부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게다가 바디 크림도 한국에서 안 가지고 왔다. 매일 아로마 오일을 듬뿍 넣은 스파를 하면서 빼낸 독소가 몸에 반응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이제 하루만 더 버티면 한국에 가니까 조금만 더 힘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조식은 항상 똑같다.
이 정도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질릴 만도 한데 나는 그래도 잘 먹는다.
방에 들어왔더니 청소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제 쓰던 가운을 그대로 걸어놨다. 내가 이 호텔에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이 얼마인데 얘네 정말 왜 이러나 황당했다. 당장 0번으로 데스크에 전화해서 가운하고 수건 가지고 오라고 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무슬림들은 휴일인데 E는 굳이 또 회의를 하겠다고 한다.
Sorita : 무슨 소리야. 오늘 너네 휴일이잖아? 나도 내 일 하면서 오늘 쉴 거야
E : 안돼! Robin도 같이 와서 거래처 방문할 거야
Sorita : 이 무슨! 오늘 휴일인데 Robin을 왜 부르니?
E : 너도 회장이 부르면 나와야 하잖아
Sorita : 그렇지. 근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회장을 싫어하고 뒤에서 엄청 욕해. 너도 조심하렴
나는 가끔 E의 김정은 같은 발언에 화가 난다.
물론 지금까지 본인 혼자 내 거래처에 가서 소개를 하고 다니려니 쉽지 않았을 거다. 내 이름을 대고 같이 가야 미팅 약속이 잡히고 회사 문은 열렸다. 그러니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려고 했을 거다.
다행히 E는 Robin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대신 공무원 1인과 함께 왔다.
딱 보아하니 E한테 지금까지 뒷돈 받아오면서 수입 통관을 쉽게 넘긴 것 같다. 그 공무원은 E 앞에서 거의 꼼짝을 못 했다. 이렇게 대가성 뇌물은 받으면 안 된다. 돈을 준 사람은 어떻게든 그 사람을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휴일에도 불려 나오게 되어 있다. 내 주위에도 비슷한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 장돌뱅이로 전락한 사람들이 많다.
E는 나에게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냐고 물었지만 나는 단호히 호텔 안에서 차를 마시자고 했다.
다카 교통 상황으로 지금 나가면 언제 다시 호텔로 돌아올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솔직히 방글라데시에서 차를 타고 어디 나간다는 거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 본다.
차를 시켜야 하는데 E는 메뉴판을 보더니 안경을 꺼냈다.
E는 얼마 전 개고기 사건 당시 내가 나이를 운운한 것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E : 나 한 달 전부터 눈이 안 좋아서 안과에서 진료받고 있거든. 그래서 시력이 조금 나빠졌어. 원래 안경 안 쓰고 메뉴판 볼 수 있어
Sorita : 그려~ 천천히 봐. 참고로 여기는 커피 메뉴고 아래가 차 메뉴네
E가 56세든 300세든 나한테 뭣이 중할까?
그냥 방글라데시에서 내 물건이나 잘 팔고 매출이나 잘 올리면 되는 거다. E도 가끔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다음 날 조식이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빨리 한국 가고 싶다.
한국 가기 전에 나는 항상 코로나 검사를 한다.
내 몸 상태를 봐서는 코로나 아닌 게 확실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검사를 한다. 만약 양성이면 집에 안 가고 바로 숙소로 갈 작정이었다.
공항까지 E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10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9시 35분에 도착했다. 며칠 전 E한테 왜 이렇게 약속 시간 늦냐고 화를 냈던 것이 미안해졌다. 참고로 방글라데시는 토요일에 도로 상황이 매우 좋다. 휴일엔 다들 집 밖에 안 나오는지 길가에 차가 안 다닌다.
E랑 공항 앞에서 헤어지고 (방글라데시 공항 역시 폭탄 테러 때문에 출국자만 공항에 들어갈 수 있다)
짐 검사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E가 본인 아직 여기 있다고 손을 흔들었다. 막상 이렇게 헤어지니까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한 게 미안하더라.
그런데 E는 나랑 헤어지기 직전에 본인은 52세라고 또 나이를 이야기했다.
얼마 전엔 56세라더니 며칠 사이에 52세로 줄었다. 이런 말 하기 참 그렇지만 무슬림들이 이렇다. 말이 너무 잘 바뀌기 때문에 사업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내년에 다시 방글라데시 오면 나이가 40대로 바뀌려나?
면세점에서 차를 좀 사려고 했는데 내 신용카드가 안 먹힌다.
몇 번 긁어도 안되길래 카드 복제된 거 아닌지 상당히 찜찜했다. 방콕 면세점 가서 방글라데시에서 움츠러들었던 쇼핑 욕구를 발산하려고 했는데 내 카드에 문제가 생긴 건지 불안했다.
항공기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 비행기가 이제 오고 있다.
내가 계속 카톡을 보내니까 엄마는 왜 아직 탑승 전인지 깜짝 놀라셨다. 타이항공은 항상 연착이다. 지금까지 타이항공이 제시간에 이륙하는 걸 경험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절대 피하고 싶은 항공사 중의 한 곳이 바로 타이항공이다.
방콕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대한항공으로 환승해야 하는데 E티켓은 핸드폰으로 받아서 전혀 걱정 없었다.
방콕에서 여유 시간이 2시간 있었다.
지난번 태국에서 사 온 간식 중 엄마한테 반응이 좋았던 것만 싹 쓸어서 사 왔다.
돌아올 때는 이코노미석이었다.
솔직히 슬펐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기는 죽어도 싫은 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
한국에 새벽 4시 20분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공항철도로 나오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15분을 밖에서 더 기다려야 했다.
참고로 방콕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수하물 검사를 다시 한번 한다.
이제 대마나 마약 관련 검사를 공항에서 철저히 하니 태국에서 이상한 단풍잎 모양이 그려진 액체 음료나 음식은 반입하지 않도록 하자.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왔는데 방콕에서 경유했다는 죄로 내 짐도 전부 검사당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살 게 있어야 사지! 피곤해 죽겠는데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참고로 방콕 면세점에는 대마 관련한 제품은 전혀 없다.
이렇게 2022년의 모든 출장은 끝이 났다.
기-승-전-방글라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