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애초에 그녀는 밤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를 잡아먹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밤바다를 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밤바다가 낮에 보는 바다보다 몇 배 더 예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혹되었다. 단순하고도 근거 없는 그 말에 홀랑 넘어가 밤바다를 갔다. 그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저 노부부는 바다를 보면서 지난날을 이야기할까 아니면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할까
한쪽 무릎을 꿇고 연인을 바라보는 저 남자는 어떤 달콤한 말을 건넬까
그렇게 그녀는 자갈밭의 자갈 색깔들을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바닷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바닷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닮아갈까 하고.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일까를 상상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녀도 하늘에서 일을 하면서 하늘을 조금도 닮지 않은 것에 대해. 하늘은 늘 아름답지만 그녀는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줄기 달빛이 구름이 걷히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이 넓은 바닷가에 오직 달과 그녀, 단둘만이 존재한다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찰박거리는 파도소리, 그리고 잘그락 거리는 자갈 소리. 반달이 뜬 날이었다. 반밖에 차오르지 못한 달은 온전하지 못한 빛을 내고 있었다. 까만 밤이 오기는 하는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불온전한 것들에 대해서. 불안정하고 불 완벽한,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는 가엾은 영혼들에 대해 생각했다. 애초에 인간은 벌거숭이 였으닌깐,
그녀는 차마 밤바다를 앞에 두고 앉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면, 밀물이 들어와서 온몸이 파도에 잠겨버리더라도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으닌깐. 그녀는 대신 숨을 깊게 들이마시었다. 바닷가의 짠내가 폐 속 깊은 곳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바다에 들어간 적도 없지만 그녀의 입술은 짭짤한 맛을 내고 있었다. 곧, 그녀는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