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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Aug 11. 2016

길 떠난지 곧 백일

여행 중 숙소 정하기의 어려움



+ 숙소정하기의 어려


일시적이긴 하지만 여행 동안의

쉬는 곳, 자는 곳, 사는 곳인 숙소는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심하면 그 여행의 기억 전체까지도.



베트남 사파에서 지독한 설사와 구토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며

가만히 누워있는 것 조차 어려웠던 적이 있다.


미리 예약한 숙박기간이 지나

어쩔 수 없이 같은 호스텔에서

창문 하나 없이, 방에서는 곰팡내가 풍기는.


눅눅함의 정도가

스펀지에 물을 가득 품어 놓은 것 마냥,

그 스펀지에서 누워있는 것 처럼.


아  그때는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지..



그런 기억도 있는 반면,

지금은 고작 하루 200밧, 한화로 6700원 정도.

개인화장실이 딸린 방갈로에서

이런 뷰를 함께 가지고 있는 숙소라니.


물론 방갈로에 벌레와 도마뱀은

애완 동물처럼 우리와 함께이지만,


밖에 앉아 멍하니 마을속을 바라보며

하늘구경 산구경 바람 구경까지

공짜로 즐길 수 있어 여유롭다.



장기 여행의 길이를 생각하면

12인 혼성 도미토리에서 누군가의 잠꼬대를

자장가처럼 듣고 흘리는 여유가 필요하겠지만,


긴 여행의 중간 중간

수영장이 딸린, 조식뷔페가 포함된,

깨끗하고 쾌적한 나만의 방에서

하루 쯤은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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