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스스로 그러한 소리

마곡 서울 식물원에서

by 유나c

지난달, 답사 차 마곡 서울식물원에 방문했던 날은 너의 목소리를 들었던 날이었다.

식물원은 실내 정원뿐만 아니라, 야외의 주제정원과 입장권 없이도 둘러볼 수 있는 넓은 열린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공원이 꽤 넓어서, 지하철역에서 식물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넓은 간선도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식물원 부지 중심에 자리한 주제정원에 들어섰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멀어지자 주변은 이내 고요해진다.

바람 소리와 나뭇잎의 사그락 소리가 그곳을 채운다.

그때 너의 목소리가 날아와 귓가를 지나 머릿속 한가운데에 조용히 앉는다.

여럿이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너희에게 관심이 많은 이들은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고,

깃털의 빛깔을 보면 더 명확히 이름을 말하겠지만

나는 그리 잘 알지 못한다.

마주하게 되면 ‘엇, 새다!’라고 생각하는 것 외엔, 내 빈약한 지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공물의 소리로 가득한 도시 한복판에서도 가끔 자연의 소리가 귀에 들어올 때가 있다.

마음이 번잡할 때에는 그 소리가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에 틈이 있을 때엔 귓속으로 깊이 들어와 맴돈다.

너의 소리가 머물며 여러 생각이 번진다.


너 또한 살아가는 공간이 이곳 도시이구나.

나 혼자 꾸려나가는 공간과 시간이 아닌 여러 조각이 모여 내 오늘, 여기가 됨에도,

여전히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매달리고 있구나.


자연이란 무얼까. 스스로(自) 그러한(然) 것.

도시 한복판에 계획된 커다란 공원에 날아와 지저귀는 너를 보며

"자연스럽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나는 무얼까.

아마도 네가 아닌 사람들의 쉼을 위한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만든 이곳일 터인데,

너와 나, 함께 이 공간에 존재하는 우리는 어떠한 관계일까.

공간을 계획하고 채울 때, 인간이 아닌 존재도 함께 머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여러 생각을 한 바퀴 꿰어내고, 너의 목소리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