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군자역 1-2번 출구 인근을 산책하며
"요즘 그렇게 군자가 핫해지고 있다며?"
최근 군자역 1~2번 출구 근처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군자역 일대를 걸었다. 서울이 내 생활권이 된 지 10년 차이지만, 매번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군자역 1-2번 출구 근처로 나오자 큼직한 빌딩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편히 들를 법한 음식점이 반겨주었다. 성수가 팝업스토어로 물들기 전의 분위기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의아함을 가지고 큰 건물을 지나 골목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제야 오래된 저층 주거지가 펼쳐졌다. 골목에는 오래된 건물의 골조와 외관을 살린 이자카야, 카페, 베이커리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바버샵(블루클럽 아님)이 눈에 띄었다. 1-2번 출구 주변 골목에서만 세 곳을 발견했다. 빈티지샵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왜 이들은 여기에 모인 걸까?
제각기 특색이 살아있는 카페, 이자카야, 개인 베이커리, 빈티지샵, 바버샵 같은 업종이 주로 위치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서울 내에서 좁은 골목 저층 주거지이다. 망원동, 해방촌, 합정·상수 일대의 저층 주거지처럼 주거지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동네에 사장님들의 색채가 묻어나는 가게들이 위치한다. 이러한 골목을 보면,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에 신축 건물이 섞여 있고, 새 상업공간은 하부만 깔끔히 리모델링된 경우가 많다.
자세히 살펴보니 동네들의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 저층 주거지 재개발 논의가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군자역 1-2번 출구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정비사업 설명회”, “(경) 모아타운 후보지 선정 (축)”와 같은 현수막을 종종 마주쳤다. 재개발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지만, 아직 실제 개발이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 놓인 곳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지역은 토지 개발에 대한 기대수익은 크지만 현재 지가는 상대적으로 낮아, 이미 부상한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또한 개발 수요가 있다는 것이 주변 인프라와 접근성이 괜찮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면 건물을 비워줘야 하는 만큼 장기 운영은 불확실하다는 단점이 있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 좋은 입지 + 단기 계약”이라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인데, 이는 자본이 적은 청년 예비 창업가들에게는 오히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콘텐츠를 펼쳐볼 수 있는 매력적인 실험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방문한 동네는 고즈넉한 골목길의 분위기와 함께 군자역 출구에서 나와서 5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다. 군자역 아래쪽에는 세종대와 어린이대공원, 그리고 위쪽에는 종합의료복합단지가 크게 들어서있어서 유인할 수 있는 인구도 상당한 곳이다. 이러한 입지에 더하여, 일본풍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유명해진 이후 주변에 작지만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성수-뚝섬 일대가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된 이후 예전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다. 2015~2018년 즈음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지는 작은 가게들이 만들어내던 성수 일대의 분위기를, 이곳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이곳이 재개발되고 나면, 다음 실험 공간은 어디가 될까. 지금은 서울의 여러 저층 주거지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지만, 이 공간들이 모두 높은 건물로 채워지면 그다음은 어디일까 상상해 본다. 하늘을 찌르는 주상복합의 상업공간 공실 문제가 심해지면, 그곳의 임대료가 충분히 저렴해져 새로운 잠재력을 갖게 될까. 도시의 개발과 쇠퇴, 그 사이의 변화 속에서 실패의 두려움을 덜 수 있는 실험 공간이 계속 존재하기를, 큰 자본의 힘으로만 가득한 도시보다는 작은 힘들이 만들어가는 동네 분위기의 가치를 더 알아보는 도시를 그려본다.
*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