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을 딱 한 곳만 짚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에펠탑만큼 낭만적인 곳이 더 있을까.
그런 곳에서 나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제목만 보면 부모님 몰래 돈 모아 남자 친구랑 프랑스에 가서 미션 임파서블이라도 찍고 왔나 싶었을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실 난 '데이트'의 '데'도 모르는, 그런 개념 따위란 내 20년이 조금 넘는 인생 중에 없었던 사람이며, 앞으로도 딱히 그럴 것이 없을 것처럼 생긴 사람이다. TMI이지만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네가 남자 친구 있는 게 상상이 안 간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만 하고 어딜 가던 첫째 이미지라 그렇다고들 한다.
다 같이 에버랜드에 가게 되면 모두가 앞도 안 보고 신나게 떠들면서 달려갈 때, 난 걸어가며
"얘들아 거기 그 방향 아니야!!!!"
를 소리치는 사람이다. (내향형이라 그런 것도 있고 쉽게 신나거나 흥분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다) 만사에 진지하거나 전혀 웃지 않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상대적으로 덜 감정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다들 내가 혼자서 돈 벌고 잘 살아갈 것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 (난 정말로 모르겠다. 웃음장벽도 낮아서 맨날 웃고 다니고 공감을 못 하는 사람도 아닌데... 단지 친구들이랑 영화 보면서 운 적이 없을 뿐이다)
서론이 좀 길어졌다.
암튼 저런 이미지가 써지다 보니
"연애에 난 관심 없어"를 외치고 다닌다. 실제로 연애를 막 너무 하고 싶어 그런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다. 인간은 추억으로 살아가지 않는가.
20년 조금 넘은 인생, 연애에 관심 없다고 소리치지만 또 나름의 굉장한 공상가이자 동시에 계획가로서 난 은밀하게 이미 한 30개 정도의 "데이트플랜"을 구성해 놓았다. 보기와는 다르게 난 낭만 빼면 시체인 사람이다.
인생이 다들 쉽지 않아서 가려졌는지, 잠깐 잃어버렸을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다들 마음속에 작은 에펠탑을 하나씩은 바다 속이던 사막이던 동굴 속이던 하나쯤은 건설해 놓지 않았는가..?(나만 그런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든 간에 나는 정글 속에 작은 에펠탑을 위한 공간은 남겨두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은밀하고도 그다지 위대하지는 않은 데이트플랜을 단지 내가 잊지 않기 위해 써보려고 한다. 내가 글을 적는 능력이 좋지는 않기에 일기장 같은, 그다지 두서라는 게 없는 느낌일 것이다. 아마 10년 뒤에 다시 읽게 되면, 모든 과거의 일기장을 볼 때마다 그러듯, 나의 굉장히 부족한 필력과 유치한 계획들에 흑역사 마냥 몸부림 칠 것이다.
이 '데이트플랜'은 에펠탑에서의 데이트처럼 내 기준 굉장히 스펙터클한 것들이 아닌 소소하다면 소소하다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이보다 특별할 수 없는 그러한 데이트들이다.
다른 데이트들과 다른 게 있다면 굉장히 구체적이고 몽상가의 데이트 같을 뿐이다. (사실 굉장히 일반적이지만 그냥 내가 부풀리는 경향이 좀 강한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 저리 가라 할 만큼 내 기준에서만큼은 낭만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낭만 빼면 시체이다.
음... 만약 지나가다 이 글을 보게 된 것이라면 나를 모르는 누구든지 환영이다. (나를 아는 사람일리는 없겠지만 지인이면 굉장히 민망할 것이다. 부모님조차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모르시기에...)
20대 소녀의 (소녀라기엔 나이가 적지 않은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직 소녀다. 감수는 여러분의 몫 :)) 붕 뜬 기대감과 상상력을 보고 싶다면야... 난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누가 읽어줄까 싶기는 하지만... 만약 보고 있다면 그냥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 생각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에는 그 어떤 것 보다도 좋을 수도 있다. 물론 재미 보장은 아예 못 한다.
또 아는가. 연애를 해본 적도 없는 20대 소녀에게 데이트 아이디어를 얻어 갈지는...(?)
(희박하다)
내 미래 남자 친구가 이걸 보게 된다면...
음... 난 이런 사람이니 잘 생각해 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