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에베레스트는 아니니까...?

Date 2

by 웨이

나는 '산' 보는 것을 매우매우 좋아한다.

가끔 알고리즘에 나타나는 스위스나 캐나다의 거대한 산들을 봤을 때 자연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이 좋다고나 할까...


해외처럼 꼭 그렇게 거대한 산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어딘가 아침의 작은 새가 살 것 같은, 그런 팅글거리는 느낌을 주는 산들이 있다.

운이 좋게도 집 뒤에 그런 산이 있어 시간이 여유로울 때마다 산을 보며 사색에 잠기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장소의 대부분은 '산'을 꼭 포함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의 남자친구를 산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내 남자친구에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등산을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난 등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벌레만 보면 내가 벌레보다 먼저 날아가기에..)

맛있는 파스타 집을 가기 위해 산을 좀 타야 할 뿐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어느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산에 있는 예쁜 동네가 나온다. 산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파트도 있고, 주택단지가 있는데 분명 평범한 한국 같으면서도 굉장히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 때문인지 살짝 이국적인 (?) 느낌이 난다. ( 한국인데 한국 같지가 않은... 어딘가 설명하기에 애매한 그런 분위기이다)


그 파스타 집의 빵


One Directon - Ready to Run


창문을 내리고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게 된다면 이 노래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길의 꼭대기쯤에 왔을 때, 오른쪽 창밖을 보면 산과 하늘, 아래의 몇몇 집이 보이고 왼쪽 창 밖에는 길보다 더 높게 이어진 산이 보이며, 앞에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우리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절경이 보인다.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집이 있다.


이 파스타 집에서 창가 쪽에 앉게 되면 어떤 뷰가 보이던 평화로움과 힐링 그 자체이다.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마음 속의 팅글을 느끼게 한다.

그 장소에서 딱히 생각이 없었던 상대가 고백하게 되더라도, 분위기에 휩쓸려 좋다고 대답하게 될만한 곳이랄까.....

원래 세상을 '세상은 아름다워 ' 필터를 쓰고 보는 경향이 강해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이곳이 별로 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행복하니 뭐...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차를 타고 올라가면 딱히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 20대의 궤도에 막 진입한 사람으로서, 나의 남자친구가 나와 비슷한 또래임을 가정하에 , 아마 확률적으로 우리 둘 다 운전면허가 없거나, 면허가 있더라도 차가 없을 확률이 훨씬 높다. 즉,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야 한다. 그래서 버스를 알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산 깊숙이 가는 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적게는 3번, 많게는 4번보다 더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갈아 타고나서도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는데만 1시간 이상 정도가 걸리게 된다.

그 정도로 맛있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맛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런 수고스러움을 가지고 올라가지 않아도 동네에 비슷한 맛의 파스타 집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굳이 그런 시간 낭비하는 짓을 뭐 하려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굳이 그곳에 같이 가고 싶은 이유는...

별거 아니고 그냥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원래 좋은 추억으로 남거나, 좋아하는 것들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보고 싶은, 그저 그런 단순한 심리이다.




파스타 집은 올해 내 생일에 갔었다. 여름의 저녁 6시쯤이었고 바람이 적당히 기분 좋게 불던 날, 창가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끼리 대화할 때의 그 행복감, 그곳의 분위기, 해가 딱 지려고 점차 노랗고 붉게 변하고 창문을 통해 테이블에 조용히 닿는 그 빛, 공기, 습도, 온도 모든 게 완벽했던 날,

그 모든 추억이 노스탤지어처럼, 마치 영원히 공기 중에 잔류하게 된 옅고 은은한 향수처럼 남아버렸다.

마치 그 장면만 소리를 없애버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 슬로모션으로 걸어 놓은 것처럼 기억되는 날이다.



그런 좋은 기운이 남은 곳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다시 가,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굳이 안 해도 되는 수고스러운' 시간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게 같이 보내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반대로 생각했을 때, 만약 내 남자친구가 그런 장소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난 그게 한 시간이 걸리던 , 하루가 걸리던 같이 갈 것이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에 있어서 좋았던 추억이 담긴 장소에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어쩌면 자신만이 간직하려고 했던 장소와 마음속의 일부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나름 용기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원래 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고, 경계가 완전히 풀리기까지에는 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마 1년 정도 연애를 한 후 일주년에 그곳에 가자고 할 것 같다.

(차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버스를 타고 푸른 풍경들을 감상하며 숨에 차 별다른 대화 없이 둘이서 열심히 뽈뽈뽈 걸어올라 간 후 (일주년이 봄이나 여름이면 좋겠다..) 6시쯤에 도착해 각자 먹을 것을 시키고 잔잔하고 행복한 1년의 추억을 회상하며 풍경을 즐길 것이다. 둘이서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충분히 음미한 후에, 해가 이제 지기 직전인 7시 반쯤에 서서히 길을 산과 작은 주택들을 감상하면서 내려올 것이다.

이대로 이곳에서 또 다른 행복한 날을 만들면 그것만큼 성공적인 일이 있을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추억 여행 속에 의미 있었던 곳을 기억해 내 , 그곳까지 가는 과정이 오래 걸릴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추억을 공유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기억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같이 새로 만들어나가면 좋다.

때론 별거 아닌 것도 별거인 것처럼 굴면, 정말로 그 기억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온다


Memories are the key not to the past, but to the future.

- Corrie Ten 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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