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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번리 Jun 25. 2019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다양한 '나'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기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독특한 작화였다. 기존의 2D작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디즈니나 픽사처럼 아주 3D작화도 아니었다. 마치 만화 속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말풍선과 효과음이 튀어나오는 세계였다. 이런 애니메이션은 영화 속 세상이 평범한 세상이 아니라 만화 속 세계관이라는 것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다른 세계 속에서 다양한 '스파이더맨'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코믹스 속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코믹스에서는 '스파이더맨'이라는 한 캐릭터라도 여자버전이라던지, 2세대 스파이더맨이라던지  각자 다른 스파이더맨의 코믹스가 존재하고 코믹스에서는 서로 다른 멀티버스에서 존재하는 '스파이더맨'이라고 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설정은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원작 스파이더맨의 설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에서의 전개가 이해 가기 쉬웠을 것이다. 


 독특한 작화와 세계관으로 먼저 이 영화가 이목을 끌었다면, 스토리에서도 한 소년의 성장물로서 사춘기의 부모님과의 갈등, 능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에 대한 내적 갈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스파이더맨이 성장물로서 괜찮은 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클리셰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제외하고) 그 이유는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서 어린 편이고, 소시민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소년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블에서 나온 스파이더맨-홈커밍만 봐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마일스는 가뜩이나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과 학교에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사춘기를 겪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본 적이 있는 고민일 것이다. 



이런 고민들로 힘든 상황에서 마일스는 대뜸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스파이더맨들이 서 만날 때마다 '너 나랑 비슷하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히어로들은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자신의 능력을 이해해줄 사람이 없어서 고독함을 느낀다. 그러나, 여기서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세계에서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만남으로써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해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것은 마일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다른 스파이더맨들과 달리 자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한다는 것에 마일스가 낙담하긴 하지만, 결국에 마일스는 자신만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스파이더맨들은 그를 지지하고 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멀티버스라는 독특한 세계관은 자신을 제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통로이다. 나는 영화에서는 마일스가 직접 다른 세계에서 온 '나'를 만나고 지지와 조력을 받는 모습이 현실에서는 나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나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고 그런 모습들을 이해하게 되고 함께 힘을 합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일스는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스파이더맨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결국 자신을 세상에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사람들은 성장하고, 자신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이런저런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다른 '나'와 함께 힘을 합치는 마일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모습이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고 유쾌하고 통쾌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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