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살며 마포를 여행하는 이야기 001
나는 동네여행자다
어쩌다보니 마포에 살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마포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마포의 로컬가이드가 되었다.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그런 흔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때로 그들은 이 동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 도시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오기도 한다.
내가 늘 책을 사는 서점을, 내가 늘 산책하는 공원을, 내가 늘 장을 보는 시장을 가이드로서 안내하는 시간은 늘 내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거주자로서의 나, 여행자로서의 나는 그때마다 다른 동네의 얼굴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로컬가이드가 되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있다.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었다.
퇴사 후 연남동에 한두 평의 작은 마당이 딸린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샀다. 집장사들이 지은 오래된 서민주택은 하나같이 거실이 작고 방이 많았다. 남는 방이 무려 4개. 게스트하우스를 열기로 했다. 전세계로부터 오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연남동을 산책했다.
"좋은 카페 있으면 알려줘. 서울은 카페가 참 멋있어."
"여기 맛있는 한식당 추천해줄래?"
"너희집에서 한강까지 어떻게 가면 돼? 자전거 좀 빌려줄 수 있어?"
나는 좋은 호스트가 되기 위해 저렴하고 맛있는 주변의 한식당을, 분위기도 맛도 좋은 카페를, 한강까지의 트레킹 코스를, 모래내시장까지 가는 법을, 연남동의 재미있는 미로길 코스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했다.
게스트하우스 오너로서의 나의 첫 오후 일과는 새로운 게스트들의 체크인이 있기 전까지 연남동을 한 바퀴 돌며 동네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집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그리고 다시 모래내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굴다리까지, 굴다리에서 한강공원까지, 다시 한강공원에서 합정역까지, 오늘은 이쪽길로 내일은 저쪽길로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 걸어다니며 골목산책을 나섰다.
자주 보니 정이 갔고, 정이 가니 호기심이 일었다. 간판이 붙지 않은 저 집은 어떤 집일까, 이곳은 예전에 어떤 곳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의 터는 아주 먼 옛날엔 어떤 곳이었을까. 날마다 새로운 상점이 문을 여는 연남동의 오늘과 내일도 궁금했지만, 언제부턴가 어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날은 마포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옛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옛지도나 옛그림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오늘날 이렇게 발붙이고 살고있는 이 곳의 백 년 전, 오백 년 전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곳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졌다.
덧) '카카오프로젝트100' 덕분에 동네여행의 경험을 언제쯤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생각했던 일을 마침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첫 번째 매거진 '동네여행자의 동네여행'을 오늘부터 백 일 동안 이어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