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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Sep 25. 2019

만두에서 만두까지 연남동 중국집 여행

마포에 살며 마포를 여행하는 이야기 005


서교동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연남동이 어디에 있는 동네인지 알지도 못했던 내가 연남동에 정착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첫단추를 꿴 것은 바로 남편의 대단한 만두 사랑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남자친구이던 시절 종종 "만두 먹으러 연남동에 가자"고 했다. 아마 우리은행 사거리였던가, 우리는 중앙차로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 내려서는 또 한참을 걸어 '하하'라는 빨간 간판 앞에 줄을 서서 이십여 분을 기다린 끝에야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군만두'를 메뉴로 주문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그리고 너무 깜짝 놀랐다. "사장님, 여기 군만두 하나, 찐만두 하나 그리고 이과두주 한 병 주세요."  이렇게 주문을 하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여기 만두가 왜 다른 곳과 다른지를 내게 열심히 설명해 주. 내게 있어 '군만두'란 서비스로 오는 딱딱하고 맛없는 만두일 뿐이었지만, 남편에게 '군만두'는 소울푸드라는 걸 나는 그날 알았다. 물론 '하하'의 군만두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군만두를 먹으러 굳이 이곳까지 그토록 힘들게 찾아오다니, 당시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에게 군만두가 소울푸드가 된 것은 그것이 어린시절부터 즐겨먹던 추억의 음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식구들과 외출을 할 때면 종종 중국집에 가곤 했는데 거기서 맛본 군만두가 어린 남편의 입에는 굉장히 맛이 있었나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소울푸드, 그에겐 그것이 만두였다.


남편의 지극한 만두 사랑은 결혼 후에도 이어졌는데, 우리는 지금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만두를 백 개쯤 빚어 냉동실에 저장해두고 만둣국으로, 찐만두로, 만두전골로, 군만두로 즐겨먹는다. 게스트들과 같이 만두를 빚어먹는 일도 다반사였다. 뿐이랴, 홍콩에 가면 온종일 딤섬을 먹으러 다니고, 대만에 가서도 예외는 없었다. 심지어는 친정아버지가 우리집에 오셨을 때조차도 '아버님, 만두 드시러 가시죠. 여기 아주 잘하는 집이 있습니다. " 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1990년 한중수교가 수립되고부터 우리나라에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대부분은 인천과 서울의 연희동 그리고 연남동에 있다. 인천이 고향인 남편은 어린 시절 분명 맛있는 중식당을 다녔을 것이고, 연남동에서 그때의 소울푸드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아니었을지. 덕분에 연남동으로 이사한 뒤 우리는 '하하' 외에도 '이품분식', '이품', '편의방'으로 만두를 먹으러 꽤 자주 집을 나서곤 했다. 게스트하우스 할 곳을 찾아 서울의 전지역을 헤매던 내게 "연남동은 어때?" 하고 자주 묻던 남편. 내게 연남동을 권했던 이유 가운데 분명 '만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진 않았으리라.



연남동의 중국집은 어디든 기본 이상이다. 대부분의 중국집이 '수요미식회'를 포함해 여러 방송사에 소개되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늘의 추천코스의 기준은 순전히 나와 남편의 '만두' 취향에 따른 것이다.



추천코스

홍대입구역 3번출구 - 하하 - 류(리우) - 이품분식 - 송가 - 편의방


 

하하(연남동 229-12) 말할 필요도 없이 유명한 집. 군만두, 가지튀김, 동파욱이 특히 맛있다.

류(리우,연남동 225-34) 호텔 중식당 주방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순한 중국요리로, 술한잔 기울이며 안주삼아 먹기에 좋다.

이품분식(연남동 228-8) 방송에 너무 많이 나온 집. 우리는 주로 수제만두류를 먹으러 다녔다.

송가(연남동 226-16) 역시 수요미식회에 나온집. 가성비좋은 중식주점이다.

편의방(연희동 353-94) 이곳도 이미 너무 유명한 집. 어만두, 군만두, 물만두 모두 담백하게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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