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Jul 13. 2024

종현에게..



 안녕, 종현아. 



넌 나를 모르겠지? 사실 나도 너에 대해선 잘 몰라. (미안하다.. ㅜㅜ)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 난 너를 본 적이 있어. 

S대 사동으로 일할 때 멀리서 잠깐 널 본 적이 있어. 

불릴 땐 조교라고 불렸는데 난 사실 사동이었어. 

사동은 일하는 아이란 뜻이래. 

난 사동인 게 부끄러워서 밖에 말할 땐 조교로 일한다고 했어. 

나는 왜 그걸 부끄러워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해. 



종현아, 너가 지내는 그곳은 어떤 곳이니?

네 소식을 듣고 나는 널 잘 모르는데도 슬펐던 것 같아.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너의 선택이었을 건데- 

선택은 존중받아야겠지만, 그래도 슬픈 일은 슬픈 일이니까. 

곁에 없다는 건 이렇게나 마음 아픈 일인가 봐. 

그 마음 아픔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겠지. 


내가 본 너는 땀을 흘리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막 행복해보이진 않았던 것 같아. 

그때의 내가 행복하지 않아, 널 그렇게 보았던 걸 수도 있겠지. 

사람은 원래 자기가 느끼는대로 타인을 본다고 하잖아. 


네가 살았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을까?

난 사실 아이돌을 열성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별로 없어. 

어느 정도 좋아하다 그쳤던 것 같아.


난 하나님을 믿어. 

종현이도 종교가 있었니?

사실 뭐 그런 게 크게 중요하겠어. 

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 

너무 쉽게 내 마음대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그랬어.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이렇게 흘러왔구나 생각했었는데-

몰랐지만, 그 안에는 어떤 계획하심? 뜻이 있는 것 같아. 

사실 그게 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어. 

왜냐면 이 하나님이란 양반이 말씀을 안 하시네. 

난 성미가 좀 그래. 

그래서 일 시킬거면 똑바로 시키라고 막 대들었거든. 

성미가 이렇다 보니까.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래. 

그러면 된다고 하시길래.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거든. 

난 사실 아무것도 몰라. 

나 따위가 뭘 얼마나 알겠어. 

그렇지만 그냥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플 뿐이야. 

나는 누가 죽으면 잘 알지 못 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애거든. 


난 대만을 정말정말 좋아해. 

대만 장례식장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대. 

장례식장에 그 사람을 고용하면 그 사람이 와서 대신 울어준다는 거야. 

나도 말로만 들었고, 직접 본 적은 없어. 



종현아. 

네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널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꼭 서로 안아주자. 

넌 아마 거기서도 아주 잘 지낼 거야. 

난 그렇게 믿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