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종현아.
넌 나를 모르겠지? 사실 나도 너에 대해선 잘 몰라. (미안하다.. ㅜㅜ)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 난 너를 본 적이 있어.
S대 사동으로 일할 때 멀리서 잠깐 널 본 적이 있어.
불릴 땐 조교라고 불렸는데 난 사실 사동이었어.
사동은 일하는 아이란 뜻이래.
난 사동인 게 부끄러워서 밖에 말할 땐 조교로 일한다고 했어.
나는 왜 그걸 부끄러워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해.
종현아, 너가 지내는 그곳은 어떤 곳이니?
네 소식을 듣고 나는 널 잘 모르는데도 슬펐던 것 같아.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너의 선택이었을 건데-
선택은 존중받아야겠지만, 그래도 슬픈 일은 슬픈 일이니까.
곁에 없다는 건 이렇게나 마음 아픈 일인가 봐.
그 마음 아픔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겠지.
내가 본 너는 땀을 흘리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막 행복해보이진 않았던 것 같아.
그때의 내가 행복하지 않아, 널 그렇게 보았던 걸 수도 있겠지.
사람은 원래 자기가 느끼는대로 타인을 본다고 하잖아.
네가 살았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을까?
난 사실 아이돌을 열성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별로 없어.
어느 정도 좋아하다 그쳤던 것 같아.
난 하나님을 믿어.
종현이도 종교가 있었니?
사실 뭐 그런 게 크게 중요하겠어.
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
너무 쉽게 내 마음대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그랬어.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이렇게 흘러왔구나 생각했었는데-
몰랐지만, 그 안에는 어떤 계획하심? 뜻이 있는 것 같아.
사실 그게 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어.
왜냐면 이 하나님이란 양반이 말씀을 안 하시네.
난 성미가 좀 그래.
그래서 일 시킬거면 똑바로 시키라고 막 대들었거든.
성미가 이렇다 보니까.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래.
그러면 된다고 하시길래.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거든.
난 사실 아무것도 몰라.
나 따위가 뭘 얼마나 알겠어.
그렇지만 그냥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플 뿐이야.
나는 누가 죽으면 잘 알지 못 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애거든.
난 대만을 정말정말 좋아해.
대만 장례식장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대.
장례식장에 그 사람을 고용하면 그 사람이 와서 대신 울어준다는 거야.
나도 말로만 들었고, 직접 본 적은 없어.
종현아.
네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널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꼭 서로 안아주자.
넌 아마 거기서도 아주 잘 지낼 거야.
난 그렇게 믿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