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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生크림

by 이경


일상어는 계절을 타지 않는데-

8 분할된 슬픔을 삼각형으로 떼면

샤르르 녹고 마는


휘핑은 살짝만 단단하게, 쫀쫀하게

콕 찍으면 쉽게 들어 올려지는 한 입 크기의 딸기 生크림

그 앞에 길게 줄 선 나무들의

오늘과 내일



-


몸이 되지 못한 언어는 어디를 정처 없이 떠도는 걸까?

늦가을 나부끼는 바람 속에 있나


“몰라, 그런 건 다.”


날짜 잘 기억해 두기.

겉옷 잘 챙기기.

휴대폰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지 말기.

크고 작은 다짐들.


서성이는 안부에 돌려보낼 말이 없어서

별일 없이 지낸다고.

이 말엔 어떤 몸이 사는 걸까?


잃은

표정도 있고, 조금 되찾아온 표정도 있다.

놓쳤던 역 어딘가에 두고 왔는지도-


비 내린 천에

전에

본 적 없는 잉어 같은 검은 물체가 물속을 헤엄쳐 다니고 있었는데 저 친구는 어디선가 떠내려온 걸까? 원래 있었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걸까?


몇 마리가 살았나.

몇 량의 천속에서-


올여름 장마의 시작.

11월, 품에 나린다는 미처 내리지 않은

첫눈 소식.


오븐에서 약간 더 익어버린 통아몬드

컵 안에서 뒤섞여 흔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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