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기 전에

온 동네 눈사람

by 이경



안녕 !




침묵해요, 내가 당신을 들을 수 있도록

- 침묵의 세계 中




눈 내리던 밤.

싸라기눈 말고 쏟아져 내리던 눈, 오랜만이었지?

내리던 눈처럼 침묵도 조용히 내려앉는 거라고.


어느 정도 내리다 그치겠지 했는데 너무 많이 내려서 조금 놀라긴 했어.

며칠 전 동굴을 나서면서 눈이 약 올리듯 내리길래 올 거면 시원하게 펑펑 좀 내리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는데 눈 때문에 퇴근길에 갇힌 사람들 보면서 괜히 미안하더라고.


올해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어.

다이어리 앞장을 어떤 다짐도 없이 비워둔 상태야. (못 참고 채워 넣을지 모르지만..)

작년에 너무 많은 취소를 겪은 탓일까?

그냥 주어진 날, 인연들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가 보려고.

무진 애썼던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괴로운 건 나 자신이었어.

자책을 조금만 덜어내는 일도 필요하잖아..

그런 마음으로 퇴사도 했으니까.

계획 없음의 계획을 꿈꿔보는 거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으면

모르겠다 그래야지, 어떻게든 되겠죠~~

내 걱정은 나만 했음 좋겠다.


사실 불안하지 않고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인데 (원래 이상한 걱정, 불안이 많은데)

앞으로 계속 어찌저찌 살아가야 할 텐데-

넘어진 김에 하늘 본다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시간들을 가져보겠어?


펜이나 연필을 고를 때 손끝이 좋다.

여러 가지 색깔 펜, 다른 모양의 연필을 보고 있으면 이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져.

무슨 말하려고 했지?


빵 성형을 하기 전에 벤치타임이라고 잠깐 10분~15분 정도 반죽을 쉬게 해 주거든.

작년에 제빵사 필기시험 공부하면서 벤치에 양쪽 팔을 걸치고 앉아있는 반죽 그림으로 이걸 외웠는데

짧은 벤치타임, 잘 쉬고 싶은데 마음이 부산스러운 것 같아.

앞에 쌓인 소리의 무더기들을 걷어내면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


솔로몬의 기도처럼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해야지.

조용한 저녁,

가고 싶은 만큼 가서 펑펑 내려앉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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