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May 31. 2021

꿈 넘어 꿈

꿈 교환일기



꿈과 꿈 아닌 것.

시작도 끝도 없는 것 같다.

출발이 없기 때문에 시작이 없고, 결말이 없기 때문에 끝이 없다. 언제나 내 꿈은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되어 무맥락으로 끝나곤 하니까. 때로는 이게 정말 꿈인가 하는 의심마저도 든다. 누군가 내 꿈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꿈잠꿍잠 스튜디오 개장 !!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무엇 때문??)

오늘의 꿈이 그랬다.

어디까지 꿈이고 어디서부터 꿈이 아닌지 선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와 나는 도서관에서 한 번.

카페에서 한 번 만났다.

두 번째  만남. 그러니까 카페에서 만났을 때, 나는 공부하는 척하면서 몰래 그 사람을 관찰했다.

아예 대놓고 하는 관찰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 제목이 엄청 엄청 궁금했다. 얼른 책을 다 읽거나, 혹은 다른 책으로 넘어가 책 앞장을 볼 수 있다면..

화장실을 다녀오는 척 일어나 옆을 슬쩍 지나가 보았다.

무슨 책일까?

화장실에 다녀와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척하며 더 열심히 그를 관찰했다.

손가락이 길다.

책을 넘기는 몇 초가 운율이 있게 느껴졌다.

3.5.3.5

얼마쯤 시간이 흐른 걸까?


얼라, 어라라라...

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을 덮지 않은 채로.

집에 가려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일어났는데 내 쪽으로 걸어온다.

나는 그쪽을 보고 있지 않았던 척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앞에 서 있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무슨 용건일까?

내 시선이 느껴졌을까?

주머니 안에서 가운데 손가락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것은 편지봉투였다.

그냥 흰 편지봉투.

엥??

그걸 건네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편지를 건넨 손과 편지봉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저녁을 함께 먹자는 것.


그것을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였다.

이를테면 고백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배가 고팠거나, 혼밥이 싫었을 수도 있다.

함께 밥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니까. 밥 한 끼로 특별해질 수 있는 관계는 얼마나 될까?


눈을 떠보니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방이 더웠다.

몸살 기운 때문에 온도를 너무 올린 탓이다.

이번에도 역시 끝을 보지 못한 건가?

매번 이런 식이다.


눈을 뜬 날은 내 생일이었다.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다.

카카오톡 알림이 와있었다.

두 명의 사람이 내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해주었다.

한 명은 여름 짝꿍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사람이었다.

아니겠지??

눈을 의심했다.

꿈이 끝나지 않은 거야??


12:01분이라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고맙다는 말을 했고, 잘 지내느냐 물었다.

잘 지낸다는 답이 돌아왔다.

잘 지낸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기를 아주 잠깐 기도했다.

큰 의미나 기대도 없이 이상하게 그랬다.

그저 아주 잠깐 내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단순한 마음으로 건넨 축하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눈이 감겼다.


우리는 괜찮게, 잘 지낼 것이다.

각자 앞에 놓인 식탁에 앉아,

가끔 서로의 접시나 음식 따위를 궁금해하면서.


아차, 편지를 잘 챙겨서 나왔던가?

저녁으로는 순대곱창을 먹고 싶다.

읽고 있던 책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안 재밌는지 그런 이야기 말고.

프레임 밖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웃긴 이야기.

상상력이 발휘되는 발바닥 밑 공간 말이다.

이것은 꿈 바깥일 수도 있고,

꿈의 안쪽일 수도 있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순대곱창은 늘 먹던 맛 그대로 매우 매우 맛있을 것이다.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다 먹어야 되는데 먹을 수 있겠지?

물을 엎지르지 말아야 할 텐데.




.










작가의 이전글 우산 손잡이에 거꾸로 매달릴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