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가은 Feb 16. 2020

누군가 나에게 작은 카페의 브랜딩을 의뢰한다면

저는 알바를 하겠습니다.


5년 차 광고회사 다니는 직장인.

그리고 서른을 앞둔 아홉수 여자 사람.

크고 핫한 브랜드들의 디지털 캠페인을 운영하며

열렬히 일터에서 전사했던 날들을 지내고

느닷없이 재밌는 일이 하고 싶어 졌다.



작은 가게들의

브랜딩을 해보고 싶어



최근 인스타를 보다가 요즘 힙한 카페나 가게들이 같은 디렉터팀에게 컨설팅 받았다는 걸 발견했다.

전수민 디렉터(서비스센터)가 컨설팅한 카페썸모어, 나이스타임

전수민 디렉터님이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는 의뢰인의 편의에 맞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게 브랜드의 컨셉을 잡는 것이든 공간 컨설팅과 디자인을 하는 것이든, 심지어 레스토랑의 메뉴와 구성까지도 같이 고민하고 디렉팅을 해준다.


브랜드 디렉터는 어떤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 어떤 감각이 있어야 하는지 이 분을 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었는데, 문득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나에게 저런 의뢰가 온다면 난 어떤 것들을 해줄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5년째 마케팅을 한다고 하지만 내 주위 가족이나 친구가 카페를 오픈할 때, 바나 레스토랑을 내거나, 작은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할 때 나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저렇게 멋진 공간 컨설팅 능력과 디자인 감각을 기르기엔, 세상에는 너무나도 멋진 디렉터들이 많다. 집 인테리어만 해도 전문 시공업체와 몇 차례 상담을 하면서 집의 분위기나 컨셉을 고려해서 마감재나, 컬러를 정하는데 내가 당장 이런 감각을 짠! 하고 키우기는 분명 어려운 일일뿐더러, 필요하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부르면 될 일이다.


당장 내 앞에 새로 오픈한 카페를 브랜딩 해 달라고 하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가 경험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요



그간 내가 집중해서 해왔던 일을 돌아보면 주로 브랜드의 '영상 컨텐츠'를 '디지털'에서 소비자와 만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내가 잘 해왔고 앞으로도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늘 영상 컨텐츠와 디지털과 관련이 있었다.


현재 내가 가진 업무적 스킬들은 유튜브 광고(구글애즈), 페북/인스타/스토리 광고 등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브랜디드 컨텐츠 운영인데, 이 경우에는 예산이 충분히 있고 브랜드 메세지가 담긴 소재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미 컨셉이 잡힌 빅 브랜드와 작은 신생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달라야 하고, 또 개인적으로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적 스킬들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내가 최근에 재미를 붙인 일은 바로 자체적인 '영상 컨텐츠' 제작이다. 회사 일로 프로덕션에서 만든 영상이 아닌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조금씩 제작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나의 일상 브이로그를 찍어서 올리다가 종종 의뢰가 들어오는 가전제품, 식품 브랜드의 광고도 만들고 관광공사 콜라보로 여행지에 가서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내가 만든 영상들의 스틸 것


브랜디드 영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떼깔이 예쁘고 고운 광고 영상부터 V커머스처럼 제품 체험기나 리뷰 등을 SNS 플랫폼에 맞게 제작한 영상,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에게 맡기는 PPL 영상 등이 있다. 특징을 보면 '브랜드'의 입장에서 만드는 브랜드 메세지가 담긴 영상이 있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거나 리뷰를 하는 영상이 있는데, 나는 마케터이자 소비자이기 때문에 two-side의 관점이 담긴 영상으로 브랜딩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카페 브랜드를 예로 들면, 이 브랜드가 강조하고 싶은 메세지나 가게 컨셉과 분위기, 시그니처 메뉴도 담아내면서도, 내가 직접 그 브랜드를 체험한 일상을 담은 웹프로그램 광고 영상이랄까. 웹프로그램 광고 영상이라는 단어는 방금 내가 막 지어낸 말이긴 하나, 최근에 핫한 JTBC(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 EBS의 자이언트 펭 TV와 콜라보한 브랜드 영상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브랜디드 컨텐츠, PPL임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자체 에피소드인 것 같은 스토리 구성과 동일한 분량. 그리고 출연하는 캐릭터가 느낀 브랜드 경험을 각자의 성격 그대로 표현해내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펭 TV의 정관장 광고 같은)


다만, 위에서 언급한 광고나 프로그램은 배우나 메인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움직였다면, 나는 실제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이 출연자가 되는 것을 상상해본다. 나뿐만 아니라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은 유명인도 아니고 펭귄이 될 수도 없으며 비싼 출연료를 낼 예산이 없다. 하지만,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과 소비자 관점을 갖고 있는 인물이 만나서 그리는 이야기를 담아보면 그 자체로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았다. 또한 운이 좋게도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 하는 PD님을 만나게 되어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카페 알바

하러 왔는데요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고 알고 싶었던 작은 가게에 찾아가 다짜고짜 영상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고 하면 당연히 이 듣보는 뭐지 라고 할 것 같아서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구성을 잘 설명드렸고, 처음 컨택된 곳은  직화 커피 연구소 브로일링 커피 컴퍼니 카페였다. (https://www.instagram.com/broiling_coffee_gangdong)


브로일링 커피 강동점에서 커피 설명을 해주시는 대표님과 나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분야의 가게인지에 따라 인물의 역할은 달라지겠지만, 이 곳에서 나의 역할은 '알바'로 정했다. 손님으로 시그니쳐 메뉴를 마시는 것보다 직접 직화 커피를 배우고 만드는 과정이 훨씬 브랜드를 잘 설명해 줄 수 있고, 경험하는 입장에서도 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내가 카페 알바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과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는데 두 대표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하고 나면 다시는 카페 알바를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며 엄포를 놓으셨다. :)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2020.02.23.일요일) 일일 알바 촬영을 앞두고 있다. 혹시 브로일링의 직화 커피 맛이 궁금하거나 놀러 오고 싶으신 분들은 강동점으로 낮시간대에 방문하면 허우적대는 알바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날짜 : 2020.02.23.일요일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운영 | 일일 알바는 오전 11~5시 상주 ヽ(ヅ)ノ
장소 : 브로일링 커피 강동점 (서울 강동구 성내로 10길 9-6)
문의 : ttemzu@gmail.com / 인스타그램 ttemzu DM
(영상 촬영이 불편하신 분들은 저 시간대만 빼고 오시면 편안하게 커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게 나의 첫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먼 미래의 나의 희망은 29CM의 필름 프로젝트였던 '구례 베이커리' 같은 브랜드 스토리가 잘 담긴 단편 영화나 다큐를 제작해보고 싶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72tv, dxyz 같은 감각적이고 재밌고 똑똑한 콘텐츠 스토리텔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29CM 단편 구례베이커리, dxyz 두여자와 햄버거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오피스가 필요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