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4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누구에게도 어떤 이유로든, 만점짜리 창업을 하고 있다고는 말 못 했다. 오빠와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뚜렷한 성과 없이 흘러가는 하루에 대한 버거움에 대한 주제로. 그리고 오늘도 작업실이 아닌, 다른 공간을 택한 내 모습이 보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삶일 수도 있어
"무슨 이유에서 버겁다고 느껴? “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에 잠겨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부담감 때문이겠지. 타의와 자의가 섞여 버무려진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했다. 일에서의 만족도는 내 몫인데, 언제쯤 이 마음은 가벼워지려나. 스스로 약속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 일이 가끔 나와 맞지 않는다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 좋아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매일 저녁 내일은 다를 거라 다짐하며 잠에 든다.
이상이 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들이 잘하는 게 부러워 따라가다 보면, 내 길이 아님을 단박에 깨닫는다. 멋져 보였을 뿐, 애초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빠는 말했다.
“네가 멋지다 생각하는 것들, 다들 잘 나온 것을 올리는 거잖아. 잘되기 전까지는 쉽게 패를 보여주지 않아. 그전에 어렵게 해낸 과정이 있을 거고.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네가 버겁다 느끼는 이 삶을, 누군가 원할 수도 있어.”
기계 들어오는 날
이삿날을 잡을 땐 웬만하면 손 없는 날을 골랐다. 우리 집은 그런 걸 챙겼다. 첫 악세서리 매장을 열었을 때, 아빠는 가게 구석에 간식을 두고 오라고 했다. 잘되게 해 달라는 의미에서. 나는 간식 몇 개를 챙겨 접시에 잘 담아 구석 한켠에 놓고 왔다.
반면 우리의 이삿날은 목공 기계가 들어온 날이었다. 당일 막걸리를 뿌릴 생각이었다. 차를 살 때 하던 아빠의 습관처럼. 나는 미신에 별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가족인가 보다. 분주한 와중에 타이밍을 놓쳐서 오빠와 오픈할 때 꼭 하자며 미뤄두었다.
아침 일찍 여럿 기사님과 실장님들이 기계를 실어 도착하셨다. 2층이라 엘리베이터나 인력으로 기계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워낙 무겁고 위험해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웠다. 기계를 옮기던 도중 거울이 깨지기도 했으니까. 기계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을수록 무게감이 자리 잡았다. 무슨 마음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기계가 전부 놓인 순간 실감된 시작의 기분은 쉽사리 잊을 수 없다. 기계를 전부 옮기고 도와주신 실장님들과 덩그러니 기계가 놓아진 작업실에서의 첫 점심을 함께했다. 기계를 감싸던 박스를 식탁 삼아 이삿날 정석 음식인 짜장면을 먹었다. 막걸리도, 손없는 날도 피해 지나갔지만 묘하게 잘 될 것 같은 기분은 충분했다.
전기 증량하기
'인테리어 전에 목공 기계가 들어온다고?'
보통은 인테리어를 모두 마친 뒤 기계를 설치하는 것이 순서이다. 직접 가벽을 세울 예정이라 기계를 먼저 들이기로 결정했다.
기계를 설치하기 전에는 전기 공사가 필요했다. 계약한 건물은 단상 전력만 들어와 있어서, 삼상 전력으로 증량을 해야 했다. 전기라곤 돼지코 꽂는 것 밖에 모르던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단상과 삼상의 차이를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건 목공 기계 거래처 실장님들이다. 기계 구매 전 단상/삼상 기계 중 어떤 것을 쓸지, 전기 사용량을 파악하고 구매하기를 권장해 주셨다. 일반 콘센트로 사용하는 단상은 소형 가전 등에 적합하지만, 용량이 큰 기계를 한 번에 사용하게 되면 삼상을 써야 한다. 우리는 작업실 공간이 넓고 에어컨/히터와 목공 기계를 함께 사용할 것을 고려해 삼상으로 증량하기로 했다. 삼상을 사용하려면 승인 절차는 필수이다.
전기 공사는 숨고 앱을 통해 여러 업체의 견적을 비교했다. 한 동네에서도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신뢰가 가는 사장님께 시공을 맡겼다. 가격이 저렴한 분에게 맡긴 것은 아니다. 공사가 완료된 이후 전기 용량을 한번 더 올리게 되어서 같은 기사님께 또 한 번 의뢰드렸는데, 간단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꽤 높게 책정되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재의뢰할 무렵 자재 단가를 알게 되던 우리는 약간의 손해를 보는구나 싶었다. 다만 이번 경험을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넘기기로 했다.
인테리어 가계획은 어떻게 세울까?
전체 공간을 가벽을 세워 없던 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어느 방향으로 공간을 낼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3면의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가리지 않으면서, 창 너머의 전경도 해치지 않길 원했기 때문이다. 여러 구도를 검토한 끝에, 두 구역에 가벽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가벽 시공과 인테리어를 진행하기 위해서 전체 공간의 실측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번 측정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정확한 실측이 마무리되었다.
1) 공간 실측하기
2) 모델링 미리 해보기
현관/카운터
(좌측에서 우측으로 시선을 움직여 보자.)
인테리어에서 연결성을 이루는 3가지 포인트
1) 현관 벽에서 카운터 벽으로 이어지는 화이트 오크 합판
2) 현관 바닥에서 쇼룸 바닥으로 이어지는 그레이 색 바닥
3) 현관 천장에서 작업실 천장으로 이어지는 화이트 색 천장
목공을 배웠을 때부터 좋아한 재료는 화이트 오크이다. 화이트 오크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이 좋았다. 현관과 카운터 구역은 전체 공간에서 첫 번째로 마주할 공간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있더라도 이 재료를 사용하려 했었다. 호텔 인테리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벽면 합판 시공을 하기로 결정했고, 현관부터 카운터까지 총 4면의 벽면 시공을 앞두었다.
합판 시공은 손이 많이 가지만 결과적으로 미니멀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톤이다. 현관은 고-중명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어두운 색상은 피하기로 했다. 현관/카운터에서 가장 어두운 톤은 딥 브라운톤의 바닥 색이다.
공간의 일체감을 위해 차분한 중명도의 톤을 먼저 설정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개방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서 재료와 컬러를 일치시켜 공간에서 공간으로 넘어가는 지점을 연결시켰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드는 것을 염두하고서.
쇼룸
약 15평의 쇼룸이지만 넓은 공간감을 주기 위해 바닥과 벽에 적은 명도 차이의 색상 변화를 주어 컬러 미장하기로 결정한다.
작업실
작업실은 평수가 커서 기존에 있던 딥 브라운 톤의 장판과 검은색 창틀을 살려 예산을 아꼈다. 그 외 벽과 천장을 화이트 색상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인테리어용 목자재 주문
투바이와 다루끼, 석고보드, 합판 등을 주문했다. 1층에서 나무를 내려 2층으로 올리는 일은 언제 해도 쉽지 않다. 이 날은 첫 주문이라 유난히 양이 많아서, 올리고 쉬고를 반복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가벽을 세우기까지의 준비가 끝났다. 글로 정리해 보니 그때의 수고가 떠올라, 괜스레 자책하던 마음이 누그러진다. 글이 주는 힘이 대단함을 오늘도 느끼며 마무리한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 5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