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인테리어 과정을 보여드리기 앞서, 왜 이 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전 편에서 이야기했듯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공장 생산 대신 '직접 제작'을 선택했다. 품이 없었다. 그동안 모아 온 돈으로 60평의 남양주 외곽의 작업실을 계약했다. 열심히 청소하고 마침내 목공 기계를 들였다.
다 갖췄는데 판매할 게 없다고?
멋진 포부를 안고 시작했다. 테이블부터 소파, 의자, 선반 등을 만드는 가구 브랜드를 만들자. 생각했던 디자인이 나온다면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가구가, 디자인도 가격도 승부를 볼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저렴했다. 현실적으로 그만큼의 가격과 퀄리티를 내려면 저렴하고 대량 생산은 필수이다. 도매로 제작하는 분들 역시 매출을 위해 인력과 기술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야 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브랜드를 위해서 저렴히 만들어줄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소규모 제작은 대부분 공방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곳을 발품 팔아도 적절한 가격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사업자로서 제작을 하는 건지 소비자로서 주문제작을 하는 건지 경계가 흐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인건비가 올라갈수록 소재는 당연히 저렴해지고, 그렇다고 양을 치면 자금에 리스크가 커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소비자라면 내 제품을 이 돈 주고 살까?'
상상만으로도 답이 나왔다. 오빠와 함께 목공을 배우신 형님이 계신다. 알만한 기업에서 오래 일하시다가 업계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목공을 배우러 오셨다고 했다. 그분께서는 우리보다 늦은 시기에 창업을 시작하셨지만, 지금은 목공 경력이 오래된 실장님과 주문 제작 가구를 만들고 계신다. 실장님께서는 침대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고, 목재와 제작 전반에 깊은 이해도를 갖고 계셨다. 두 분이 함께 만드는 제품들을 보며, 오빠 혼자 이 모든 걸 해내기엔 버거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가구를 오빠 혼자 만든다면, 오래 운영할 수 있을까? 반짝하고 사라질 브랜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래도록 공들여 볼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리에겐 제작 방향이 가장 중요했다.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찾아보고 보완하기로 했다. 여성 1명, 남성 1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그리고 15평의 쇼룸 그와 맞닿은 목공 작업실을 갖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치나 조건을 적는 것은 초보 사업자라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예시 1
- 단가가 낮은 소품은 공장 의뢰를 통해 제작한다.
- 가구나 소품은 소규모로 자체(주문) 제작한다.
- 테이블웨어는 사입과 함께 자체 제작한다.
- 마케팅에 필요한 요소들은 직접 제작한다.
(디자인, 촬영, 온라인 관리)
만들어 갈 브랜드의 경쟁력은 멋진 규모나 누가 봐도 대단한 제품이 아니라, 내가 가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유연한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끝끝내, 사입하다
브랜드를 시작하려던 그때, 내 마음속에는 한 가지 다짐이 있었다. "나는 죽어도 사입은 안 한다." 그 말엔 단순한 고집만이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플리마켓에서 내가 하던 일은 사입이었다. 사입한 제품을 팔며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진짜 브랜드라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진짜 브랜드'란 무엇일까.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 분위기를 자아내고 가치로 이어질 때 비로소 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일 텐데 말이다. 한때 그런 마음으로, 우리가 만든 물건이 가득한 공간을 상상했다. 오빠나 부모님은 "사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제안했지만 나는 완강히 거절했었다. 내 아집이었다.
엄마는 가사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었다. 취미로 만들던 핸드메이드 리본을 플리마켓에서 팔았다. 첫 수익은 하루 십만 원이 안될 거다. 엄마는 플리마켓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차 커져서 사업이 되었고, 지금 나의 주말 일자리로도 자리를 잡았다. 몇 년 동안 나는 엄마의 요령을 배웠다. 나에게도 자신 있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방식을 찾으려 하기보다,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부정하지 말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사입도 같이 해보는 거야. 단순히 남의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준과 경험으로 선택하면 돼.’
제품도 중요하지만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
단순히 결과물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손에서부터 공간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에겐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손님들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공간, 우리에게는 쇼룸과 작업실이 한 곳에 공존한다. 전경도 생각보다 좋다. 이 공간에서 나와 오빠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오프라인 판매와 클래스를 계획하고 있다. 처음부터 생각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이제라도 목표했다면 다행인 것. 공간과 제품을 직접 만들고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결국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와 같은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완벽함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잘 안다. 시행착오 속에서 나만의 방법과 속도를 찾으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작은 팀, 적은 자원, 그리고 작은 공간으로도 충분히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과 위임할 것을 구분하자.
예시 2
(1) 내가 가진 자원 파악하기
- 인력: 여성 1명(나, 디자인·촬영·마케팅 담당), 남성 1명(오빠, 가구 제작 담당)
- 공간: 60평 작업실 + 15평 쇼룸
- 장비: 목공 기계, 패브릭 제작 도구, 촬영 장비
- 시간 & 체력: 하루 8~10시간, 주 4일 근무 가능
- 경험 & 기술: 테이블웨어·가구 제작, 디자인, 촬영, 온라인 운영
(2) 업무 분류하기
• 전부 직접 할 것
- 핵심 제품 제작: 테이블·가구·핸드메이드 소품
-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결정
- 쇼룸 운영과 고객 경험 관리
• 직접 할 것 + 의뢰할 것
- 단가 낮은 소품 제작 → 일부 공장 의뢰
- 테이블웨어 사입과 일부 제작
- SNS 콘텐츠 기획 + 일부 촬영 지원
• 전부 의뢰할 것
- 대량 제작 필요 제품
- 배송, 설치
- 반복적 행정 업무
(3) 결론: 내가 할 수 있는 것 적어보기
- 직접 제작하고 운영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정리
- 반복적이거나 대체 가능한 일은 공장과 외부에 맡김
마무리하며
작은 규모라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상황 안에서, 내 기준과 경험으로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의 철학과 색깔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 완벽해지기를 기다리느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통해 겪었던 시행착오와 깨달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시작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아직 진행 중인 우리에게도.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2에서 만나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인테리어 시공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