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2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계약한 작업실은 두 개의 크고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화장실을 제외하곤 인테리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곳. 그마저도 일부 수리를 볼 생각이었다.
왜 하필 이곳이었을까?
왜 거길 계약했어?라고 한다면, 장사를 했으니 오프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자신 있을 것 같았다. 온라인 판매를 해본 경험도 전무했다. 하지만 작업공간과 판매공간이 분리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목공방은 소음문제로 주변 상가에서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식산업센터나 공장형 건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들은 통건물이라 가벽을 세우지 않는 이상 공간이 분리되어있지 않다.
지금의 작업실은 주인사장님과 충분히 협의가 된 후에 들어왔다. 기계와 공방을 양도한다는 곳이 있었으나 사용하던 기계를 양도받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어떤 컨디션인지 모르고, 자칫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데 힘을 들이다 내가 고장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금의 작업실을 찾게 되었다. 목공 작업을 하기에 완벽한 조건은 아니다. 넓은 공간이지만 창이 3면으로 나있어 나무를 보관하기 애매하고, 겨울은 주인사장님께서 강원도만큼 춥다고 귀띔을 해주셨다. 한철 지내보니 히터 없인 발가락이 깨질 것 같았다. 심지어 2층으로 매번 무거운 목재를 들어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이다.
주홍빛 벽돌에 짙은 회색 천장, 바닥은 허옇게 떠있을 정도로 먼지가 앉은 이곳이 뭐가 그리 매력적이냐 묻는다면 바로 '경관'이다. 크디큰 통창으로는 빛이 잘 들어오고 창 너머로 푸른 잎과 큰 이팝나무, 산에서 흘러오는 물줄기가 보인다. 그 풍경을 배경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두 개의 크고 작은 방으로 공간이 분리되어있지 않은가! 어느 곳도 더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질 만큼, 이곳에서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계약도 전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꾸려나갈 생각에 신이 났었다. 생각난 몇 개의 사진을 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차분한 색감이 작업실에 잘 녹아들면 좋겠다.
들었던 질문들
Q. 이렇게 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Q. 월세인데 왜 돈 들여 고치는 거야?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A. 유지하는 방식은 투잡이다. 주변의 사업하는 분들 역시 최소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안정되기 전까지 주말 플리마켓 근무를 유지할 생각이다.
A. 열심히 벌어서 왜 이곳에 공을 들이냐는 물음에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루를 가도 마음에 드는 곳에 여행을 가면 행복하다. 직장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24시간 중 최소 7시간을 있을 곳이니까.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시간과 공간의 의미는 값져질 것이라 믿는다. 창업이니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럴 때 하지 언제 해. 합리화를 해본다! 제작부터 촬영까지 작업실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써야 할 곳은 쓰되 반복적으로 나갈 비용에서는 아끼고자 했다. 텃밭을 가꾸는 것이랑 비슷하지 않은가. 비료 주고 물 주고 정성을 쏟으면 결실이 맺히는 것처럼. 작업실에서 전부를 하고 싶었다.
회사에 가면 나를 갈아 넣어서 일할 사람이다. 스스로 증명하려 아주 열심히. 정신이 덜 힘든 일이, 내게 더 행복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감시자가 없으니 여유로움은 우리의 동반자가 된 것 같았다. 마음이 회사에 없는데 어떡하랴.
천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오빠가 주도하고, 보조를 자처했다. 적은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기로 했다.
“버릴 건 버리고, 살릴 건 최대한 살려보자.”
주인사장님께서는 천장 보수를 권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들어왔는걸요.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바닥 장판은 도저히 쓸 수가 없을 것 같아 다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이게 웬걸, 시멘트 몰탈을 하지 않고서야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도 천장 손 볼 곳 하나 덜었으니 내심 만족했다.
인테리어는커녕, 청소 중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만 하자. 각자 맡은 구역을 치우고, 버리고, 벗겨내기로 했다. 시작은 벽지와 바닥의 묵은 때를 빼버리는 걸로. 공간이 큰 만큼 시간은 배로 늘어났다. 벽지 아래에는 접착제가 잔뜩 발려있었다. 스펀지에 물을 묻혀 불린 뒤에 뜯어내기 시작했다. 녹아든 종이와 접착제가 섞여 손톱 사이사이에 끈덕진 풀들이 붙었다. 손은 물에 붇고, 칼로 벽에 붙은 벽지를 긁어가며 불이 나게 작업했다. 이렇듯 셀프 인테리어는 보기보다 훨씬 무모하다.
먼지를 오랜 시간 밀어 닦아내기를 반복했다. 뽀얗던 걸레는 금세 검게 변했고 물을 몇 통인지 모르게 수도 없이 갈았다. 심지어는 걸레로 부족해서 물기 제거용 실리콘 밀대로 바닥을 벅벅 밀어내야 때가 벗겨졌다. 청소할 영역이 커도 너무 컸다. 수시간 반복한 뒤, 물기가 말라갈 때 즈음 광택제를 발랐다.
마침내 보기 좋을 만큼 깨끗해졌다. 회색으로 뒤덮였던 먼지를 걷어내니 촌스러울법한 짙은 밤색의 장판이 드러났다. 오래된 장판이지만 의외로 상상하는 공간과 어울릴 것 같았다. 이건 그대로 살려보고 싶었다.
이렇게 전체 공간의 1차 보수는 끝이 났다.
대청소와 벽지 뜯기, 시멘트몰탈, 그리고 쇼룸의 들뜬 바닥까지 퍼티로 메꾸었다. 이 과정은 그다지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할 것들에 비하면. 몸은 고됐지만 작업하면서 즐거웠던 것 같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것이 우리의 힘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여전히 믿는 편이다. 수고스러운 하루 정말 수고했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3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