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Human Resource) 인사업무, 공부를 하게 된 계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 였다. 나는 분명 A를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B를 지나 C를 향해 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A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B라는 새로운 길을 보았고, 그 길에서 C라는 또 다른 길을 만났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겠다고 국문학을 전공하려고 했던 내가, 수시에 다 떨어지고 짧게나마 체대 입시를 준비했던 내가, 미국에서 경영대학을 나오고 인사 노사관계 석사과정을 하고 있으리라 그 누구가 생각했을까. 사실 실용 학문이 아닌 순수학문 전공이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HR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처음부터 인사업무를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학부를 막 졸업하고 국내 모기업 해외법인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을 때 동료 분께서 어떻게 인사 업무를 시작하게 됐는지 물어보셨다. “음.. 인턴십이 하고 싶어서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사실 그 안에는 나의 짧지만 긴 28년의 인생사가 들어가 있다. “태림 씨는 되게 현실적이구나” 동료분의 말처럼 나의 선택은 매우 현실적이기도 했지만 HR은 그동안 내가 경험해본 모든 것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인사 업무는 단순히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때로는 개개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조직에 최대한 잘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다리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 규칙들을 만들고 그 규칙들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나이 불문하고 직원들에게 소신 있는 말도 할 줄 알아야 하며,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혹은 단호하게 대응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초중고 시절 학생회, 대학교 학부시절 동아리,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약간의 오지랖과 책임감이 날개를 달게 된 순간이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아무래도 다 인종,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Diversity &Inclusion”, “intercultural” 다양성, 포용성, 다양한 문화를 접목시키는 교육을 학교나 기업에서 주도적으로 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HR, 인사부서가 있었고, 학부 유학을 오기 전 미국 공립고등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보낸 교환학생 때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 열일곱 어쩌면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미국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미국인들만의 가치관, 문화, 공통 관심사는 학부 유학때 미국인들과 국제학생들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용돈 벌이 겸 학부 2학년 때 그저 오피스 일이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된 교내 카페테리아 인사 업무는 나의 세부 전공을 HR로 바꿔버리게 한 결정타였다. 이 일은 훗날 다양한 인사 업무 경험을 만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었고, 대학생활 중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대부분의 여름 인턴십이 졸업 후 정규직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미국 대학생들은 2-3학년 때 여름 인턴십을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따로 글을 쓸 계획이다.) 아무래도 대학생 신분으로 300명 이상의 인사업무 경험(채용, 교육, 평가, 보상)을 해본 것이 회사의 눈에는 ‘안전한 지원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면접을 보게 된 인턴십은 다 HR 관련 업무였다. 유학생 특성상 외부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Curricular Practical Training (CPT)를 사용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전공과 해당 직업이 일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회계 분야의 인턴십을 하고 싶으면 경영대 안에서도 세부 전공을 회계로 골라야 한다. 어느 전공이던 유학생으로서 인턴십 잡기는 신분 제약 때문에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나도 그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경영 대안에서 세부 전공을 Human Resource Management (HRM)으로 골랐다. 일하면서 배웠던 용어들을 실제 수업에 접목하다 보니 다른 경영대 수업보다도 HR 수업들이 재미있었고, 실질적으로 성적들도 잘 나왔다. 결론적으로 그때 들어가고자 했던 회사의 인턴은 되지 못했지만 대신 그해 여름, US Department of Energy Office Of Science의 지원을 받는 교내 핵 연구소에서 HR student assistant로 일하게 되었고, 동시에 교내 국제교류 부서에서 International Orientation and Educational Program인턴을 하게 되면서 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과 “Diversity &Inclusion”, “intercultural” 프로그램 운영을 경험해보게 되었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따로 글 쓸 예정이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서 배우는 즐거움은 내가 배운 것을 실제로 경험하고, 적용해보면서 이윤까지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가서 경영학, 그것도 인사조직관리 (Human Resource Management)를 전공하기로 결정한 건 대학생 신분으로서 내가 정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어쩌다 만나게 된 HR이지만 뭔가 갑자기 만난 느낌은 아니다. 뭔가 수많은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고 도형이 되듯 그동안의 모든 경험들이 모두 모여 나만의 도형이 된 느낌이라 HR 이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