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아일랜드 여섯째 날
동행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날씨가 반이고, 사람이 반이라는 말로 보았을 때, ‘절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동행을 잘 구하지 않는다. 소중한 기억을 쉽게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만날 사람이라면 미리 구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는 게 ‘운명론자’인 내 생각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동행을 딱히 구하지 않았다.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자이언트 코즈웨이 red tail을 찾아 헤매는 무리 중에서, 동행이 성사되었다. 서로 길을 묻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다니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Lara였는데, 더블린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자신의 나라에 대해 아는지’, ‘방문한 적은 있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이전에 내가 소속된 ‘나라’에 대해서 묻기 때문에, 나를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편하기도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내가 소속된 집단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Lara도, 나도 서로의 국가에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뉴질랜드도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라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Lara의 ‘양과 소가 사람보다 많다’는 말에 빵 터졌다.
자이언트 코즈웨이 이후에도, Dark Hedges와 벨파스트 크리스마스 마켓을 함께 돌아다녔다. 내 진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또 집으로 잘 돌아갔냐고 따뜻하게 묻는 Lara와 함께 다닐 수 있어서 하루가 심심하지 않았다. 오늘 한 번 보고 말 사이지만, 오래 본 사이보다 ‘진심’을 다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관계라는 건 신기하고 어렵다.
여행지에서의 찰나는 서로를 알기에 턱없이 부족한 순간이지만, 서로를 기억하기에는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 그게 동행의 묘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