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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어 원서

죽음과 삶의 파노라마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by 애니마리아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J.K. ROWLING, BLOOMSBURY PUBLISHING, 2014, 영국판) * 최초 발행 2007년



몇 년 전 원서 읽기를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 해리 포터를 시작할 수 없었다. 영화로 접근하는 게 훨씬 쉬웠고 한 권도 아닌 무려 7권이나 되는 시리즈를 읽어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완벽에 집착한 미룸의 태도였다고나 할까. 한 마디로 두려웠다. 아동서라는 편견이 심해 무심코 한 권을 샀다가 이건 성인도 읽기 힘들다며 저편으로 치워두어 먼지만 쌓였다. 실상은 실력이 많이 부족했는데 말이다.



지금은 만족스러운 실력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런 단순한 충분조건의 논리를 고집했다면 절대 다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원서 읽기가 내 삶의 일부가 되면서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어서, 남들도 다 읽으니까, 많은 사람이 추천한다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1권을 집어 들었을 때 뭔가 성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긴 했다.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이 시리즈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흔히 '스며든다'라고 하지 않는가. 국내서, 원서라는 개념과 구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다음 편이 궁금하고 새로 알게 된 문학적 상징과 플롯을 즐기게 된 게 완주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 한국어로 읽는다고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니까.



7권은 총 36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6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대서사시이다. 보통 300쪽 내외의 장편이 많은 작품에 비해 거의 두 배인 만큼 영화 또한 1부와 2분, 두 편으로 나뉘어 상영되었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인데, hallow의 사전적인 뜻은 명사로 '성인(聖人)', 동사로는 '신성하게 하다'이나 작가는 Hallows라는 대문자의 명사로 쓴 것으로 '성물'이라고 번역된 게 잘 어울린다.



(스포 주의)


해리 일행은 살인을 해서까지 영혼을 나누어 불멸의 존재가 되려는 볼드모트를 막기 위해 두 개의 호크룩스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해리와 덤블도어 교수는 어렵게 세 번째 호크룩스를 찾아냈지만 그것이 가짜임이 드러났고 약해진 덤블도어 교수는 스네이프 교수의 공격으로 죽고 말았다.(6권) 마법 세계를 장악한 볼드모트 세력의 감시로 해리는 신변이 위험해진다. 그를 안전하게 피신시키려는 친구들과 불사조 기사단은 목숨을 걸 정도로 해리 보호에 나서지만 역부족으로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공격을 받고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해리는 자신 때문에 수많은 마법사가 죽고 희생하는 상황에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해리는 나머지 호크룩스를 찾아 친구들(헤르미온느, 론)과 힘을 합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지만 죄 없는 호그와트의 학생들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결국 해리는 둘 중 하나는 죽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예언대로 스스로 볼드모트의 제물이 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서는데.



6권의 후반부 스네이프 교수의 배신으로 덤블도어 교수가 죽는 장면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그 강렬한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7권은 또 다른 비극으로 시작한다. 1장에서 머글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채리티 버베이지Charity Burbage 교수가 볼트 모어의 마법 '아브다 케다브라(Avda Kedavra)'로 죽음을 맞이했고 그도 모자라 내기니Nagin의 먹이로 던져진 장면(p.10)은 책으로 보아도 너무 잔인했다. 영화 초반의 살인 장면은 강렬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감각을 확대시키는 원서의 충실한 반영이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크고 작은 이야기가 유난히 얼기설기 그려진다. 우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죽음의 성물'에 둘러싼 이야기가 있다. 덤블도어 교수의 유산 중에 헤르미온느에게 남긴 책에 그려진 독특한 무늬로 시작하는 비밀스러운 전설, 바로 죽음과 불멸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최강의 마법 지팡이, 죽은 자를 불러오는 돌, 투명 망토. 이들의 힘과 이를 둘러싼 마법사들의 욕구와 투쟁, 집착은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문학 속에서 자라났고 문학을 탐구하며 문학을 재창조해 내면서 작가는 그녀가 속한 서양의 모든 문화와 역사적 배경, 신화와 전설을 최대한 집어넣으려 애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상당 부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머무는 곳이라면 늘 질문하고 사유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용, 죽음, 마법, 영웅, 불멸, 사랑, 우정, 그리고 필멸.



누군가 독창성은 반드시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방법으로 재배열하며 기존과 다른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기존의 문학과 문화 속에서 탁월한 독창성을 끄집어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끝에서 열린다."


I open at the close. (p.107)



끝에서 열린다면 끝은 끝이 아니며 또 다른 시작이고 끝을 예고하는 유한성의 생명일 것이다. 윤회설처럼 들리기도 하고 무한대를 상징하는 우주의 기운처럼 여겨지기도 하다. 헷갈리는가. 무슨 철학도 아니고 말이다. 해리도 똑같은 질문을 이미 죽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했다.



'You are the true master of deeath, because the ture master does not seek to run away from Death. he accepts that he must die, and understands that there are far, far worse things in the living world than dying.'(p.589)



"너는 진정한 죽음의 주인이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았잖니. 진실한 죽음의 주인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죽음의 세계 보다 산 자의 세상에 훨씬 더 악한 것이 있음을 이해한단다."p.(589)



이는 풀리지 않는 의문과 분노 속에서 허우적대는 해리에게, 불멸을 꿈꾸는 볼드모트에게, 아니 우리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덤블도어의 말이자 작가의 통찰이다.



방대한 양과 인물들, 철학과 마법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령에 상관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 1권에서 7권까지 서로 연결되는 요소가 많아서 순서대로 읽지 않으면 세부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가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사실 순서대로 읽더라도 메모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세계관이 들어있긴 하다. 재미와 미스터리, 환상의 세계를 선사하며 서방 세계의 특수성과 동양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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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저자 J.K. 롤링출판 Bloomsbury발매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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