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ry Messenger 』
『 Starry Messenger 』, by PETER SIS,
Starry Messenger 양장본 Hardcover저자 Peter Sis출판 Farrar Straus & Giroux발매 1996.10.31.
『 Starry Messenger 』의 저자 피터 시스는 194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프라하 미술학교와 영국 왕립 예술 학교에서 그림과 영화를 공부했다. 지금도 뉴욕에서 활발히 작품을 활동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영화제작자로 <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용이 사는 섬, 코모도> 등의 작품이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세밀한 시계를 들여다보듯 정밀하고 세밀함이 인상적이면서도 파스텔 톤의 따뜻함과 아르누보와 스타일로 과학적 세계를 다루는 섬세한 면도 느낄 수 있다.
조선 의궤로 유명한 '정조대왕 화성행행반차도(正祖大王華城幸行班次圖)' (김홍도) 작품과 같은 정교함과 역사, 서양 중세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등 다양한 화풍이 느껴지는 그림이 반복된다. 중세를 다루지만 현대의 패턴과 화풍으로 재탄생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신화, 과학, 종교, 우주, 인간 세상의 빛과 어두운 단면이 담긴 장면 하나하나가 거대한 시계의 태엽처럼 돌아가며 보는 이를 압도하기도 한다.
갈릴레오에 대한 일화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작품은 동화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펼치고 있다. 갈릴레오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지동설을 주장한(비공식적) 코페르니쿠스의 이야기와 그 당시 상황부터 갈릴레오의 탄생, 성장기, 활동과 교회와의 갈등이 작은 지면 가득히 서술된다. 그림은 그림대로, 글은 글대로, 여러 과학적 기호와 연대기와 사건은 빽빽한 필기체로 구성되어 꽤 시간이 걸리는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번에 읽기보다는 여러 번 나누어서 초점 대상을 바꿔 가며 탐색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지식과 정보가 담긴 책이라고 해서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독특하고 화려한 그림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순간 그림 속에 표현된 갈릴레오가 어디 숨어 있나 눈여겨보게 된다. 가령 갓난아기일 때 수십 명의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각기 다른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림이 있다. 아기들의 외모도 포대기의 무늬도 모두 다르지만 유독 전혀 다른 무늬의 포대기와 아기가 눈에 띈다. 이때의 갈릴레오 모습은 가장 큰 편이고 이후 독자가 눈에 불을 켜고 한참 찾아야 할 만큼 그의 형상은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퍼즐 속 '윌리를 찾아라'처럼 그의 독특한 모습과 관심사는 분명 다른 캐릭터와 차이가 있으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는 힘을 준다.
참고로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 앞에서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묘사하며 서술한 작가의 표현은 단순히 논픽션임을 잊게 할 만큼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But he still had stars on this mind and no one could keep him from thinking about the wonders of the skies and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from the text of the book)
하지만 갈릴레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별들로 가득 차 있었고 어느 누구도 그가 하늘의 경이와 우주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본문에서)
천동설이 지배적인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던 당시 갈릴레오의 지동설은 교회의 오해를 살 수밖에 없었다. 성서를 부정한 불경죄처럼 여겨진 그의 주장 때문에 결국 재판을 받고 가택 구금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고 한다.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신과 성서에 대한 그의 소신이 드러나 있다.
"성서는 하늘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책이다."(갈릴레오 갈릴레이)
이 책을 읽다 보면 궁금증이 생겨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게 된다. 제목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Starry Messenger는 단순히 저자가 지은 제목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연구 중에 편찬한 책의 제목으로 <별의 전령>, <별의 사자(使者)>, <별세계의 보고>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독자가 받은 느낌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현을 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별처럼 빛나는 메신저', '빛나는 별의 전달자', 혹은 '별의 사신'은 어떨까. 갈릴레이가 산 시기 전후, 중세의 종교전쟁(16~17세기)을 다시 따라가 보기도 하고 코페르니쿠스(폴란드) 갈릴레이 이전의 사람인데 스캔들이 왜 없었는지, 왜 처벌을 받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동기를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과학, 특히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 논픽션 그림책, 미술 등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무척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단, 깨알 같은 글씨와 필기체 때문에 일부 독자는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환경오염 및 도시의 빛으로 하늘을 쳐다볼 엄두가 안 난다면, 그래도 별을 보고 싶다면 수백 년 전 가슴속에 늘 별을 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다른 결의 감동을 마주칠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