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심히 안 하나 봐!

by 애니마리아




수능은 끝났지만 입시는 끝나지 않았다. 수시 접수와 면접 관리 등으로 수험생활은 계속되고 있으니. 나 또한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이 없다. 늘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욕심을 버리고 다소 여유 있게 공부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전공과목으로 꽉 찬 6과목 18학점의 무게에 짓눌리곤 한다. 여름까지만 해도 편두통 횟수가 많이 줄었는데 최근 다시 아픈 날이 많아졌다. 매일 연속으로 사나흘 약을 먹어야 했다. 식단을 바꾸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알 수 없는 몸의 변화가 생기다 보니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안드레아는 유난히 먹을 것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는 하지만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 칼로리는 남아도는 데도 자꾸 이것저것 먹을 것을 권한다.


“홍시 사 왔는데 진짜 맛있는 거야. 먹어볼래?”

“입안에 방금 약 발랐어. 입안을 깨물어서 염증이 났거든. 먼저 먹어.”

“난 두 개 먹었어. 하나만 먹어볼래? 살살?”

“하하. 이따가 먹을게.”(속마음: 나 또 사육당하는 중인가. 음식이 닿기만 하면 아픈데 ‘살살’ 먹으라니. 먹어 보고 싶긴 하다. 올해 홍시 맛이 궁금한데.)

“이따가는 밥 먹어야지. 고기 먹어야 할 듯. 아무래도 영양이 부족해.”(안드레아의 속마음: 색시 먹는 모습 보고 싶다!)


내가 바로 먹지 않으니까 안드레아는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가다가 이번 달 관리비 고지서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전기세가 얼마나 나왔지?”

“첫째가 군대 가기 전보다 많이 줄어서 이제야 다른 세대랑 비슷하게 나오네. 항상 더 나오더니”

“정말이네. 작년이랑 비교해 많이 나오진 않았어.”

“하지만 날이 추워져서 앞으로 온수 매트 쓰면 다시 많이 나올걸. 도시가스 비용도 점점 오를 테고.”

순간 안드레아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한 마디 더 거든다.

“어허, 자기 요즘 공부 열심히 안 하나 보네. 전처럼 밤늦게 공부하지 않아서 전기세 덜 나온 거 아닐까?”

사실 수면 시간 패턴이 어긋나면 두통이 더 심해지고 컨디션이 망가져서 극단적인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말이다. 그렇긴 해도 안드레아의 말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분발해야겠는걸. (속마음: 하긴 요새 두통 핑계, 눈 핑계 대며 일찍 자긴 했지!)


안드레아가 나의 한숨과 걱정을 또 감지한 걸까? 부정적인 모습에 더 반응하거나 이리저리 현실에 휘둘리는 나와는 달리 그는 종종 재치와 유머로 나를 웃기고 긴장을 풀어준다. 이미 영양 과다 및 소화 불량으로 불편해하는데도 끊임없이 나를 먹일 생각에 몰두하는 남자. 이래서 나는 살이 빠지질 않는다. 얼마 전 등갈비 식당을 갈까 하다가 추우니까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더니 안드레아가 말했다.


“이따가 저녁에는 김치찜 등갈비 해줄게. 이미 고기 배달시켜 놓았어. 양파랑 버섯도 샀지.”

“헉! 또 고기.”


그렇게 지난 주말에도 칼로리를 과다 섭취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의 유머 덕분에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툭하면 스트레스가 꿈틀대는 블랙 홀로 빠지지 않도록 당겨주고 기꺼이 내 위성이 되어 주는 사람, 나의 수호천사. 오늘 마침 기도로 그를 보내준 신게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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