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처음 읽어 보았다. 책의 주요 저자 김난도는 1997년부터 28년 동안 서울대 생활 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5년 명예퇴직했다. 2008년부터 무려 18년째 이 시리즈를 기획해 오고 있다. 이후 트렌드 코리아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저자, 유튜버, 컨설턴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괜히 복잡한 경제 용어와 지루한 시사 내용으로 두꺼운 비문학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서문부터 고대 그리스 문학에 나오는 존재를 빗대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캐릭터가 나와 흥미를 유발한다. 덕분에 필자와 같은 범인(凡人)도 저자의 친절한 안내에 큰 부담 없이 오랜 시간을 꾸준히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켄타우로스 Centaur'를 생각했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존재다. AI 시대의 켄타우로스형 인재란, 바로 인간 고유의 역량과 AI의 압도적인 능력을 완벽하게 결합하여,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형 전문가를 의미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가장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다.
13~14쪽/『트렌드 코리아 2026』
트렌드 코리아 2026
김난도,전미영,최지혜,권정윤,한다혜,이혜원,이수진,서유현,이준영,이향은,김나은,전다현2025미래의창
코리아 시리즈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서문에 따르면 키워드를 위해 해당 해의 띠동물로 키워드 두운을 정하기 때문이다. 즉 2026년은 병오년, 말띠의 해라서 키워드의 두운 제목은 Horse Power에서 비롯된다. 김난도 교수님의 주도하에 책이 나왔겠지만 혼자만의 저서가 아니다. 워낙 다양한 내용에 방대한 양 때문인지 표지에는 열 명 이상의 전문가가 공저자로 나와있다.(전미영, 최지혜, 권정윤, 한다혜, 이혜원, 이수진, 서유현, 전다현, 이준영, 이향은, 김나은) 서문과 일치하는 목차만 보아도 내용과 구성에 엄청난 고민과 연구, 재치를 감지할 수 있다.
H 휴먼인더 루프 Human-in-the-loop(고리 안의 인간)
O 필코노미 Oh, my feelings! The feelconomy(오, 느낌 있는데! 필코노미)
R 제로클릭 Result on Demand;Zero-click(제로 클릭 통한 주문 결과물)
S 레디코어 Self-directed preparation:Ready-core(자기 주도 준비 과정)
E AX조직 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변신을 통한 효율적인 조직)
P 픽셀라이프 Pixelated Life(픽셀화 된 삶)
O 프라이스 디코딩 Observant Consumers;Price Decoding(주의 깊게 관찰하는 소비자;프라이스 디코딩)
W 건강지능 HQ Widen your Health Intelligence(건강지수를 넓혀라)
E 1.5가구 Everyone is an Island;the 1.5 Household(모두가 외딴섬이다)
R 근본이즘 Returning to the Fundamentals(근본으로 돌아가기)
읽는 내내 뻔한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를 읽어갈 수 있는 정보와 조언이 가득하면서도 매 키워드와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며 이해를 돕는 자료와 문구가 깔끔하다. 트렌드는 물과 기름처럼 해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다. 과거의 트렌트를 짚어보고 계속 이어지거나 파생되어 나가는 현상과 새로운 사건까지 다루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상한다. 연장선 상에 실용적인 진단이 주제별로 펼쳐진다.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과 떨어질 수 없으며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있다. 불안한 경제, 코로나 전후의 일상과 삶의 변화를 폭넓게 다루며 위트 있는 예시와 현실적인 첨언으로 현대인의 멘토 역할을 하는 데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주제 몇 개를 골라 따로 독립된 글로 정리하면서 인간의 소비패턴과 변화를 함께 인식하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단 이미 벌어지고 있는 건강지수, 1.5세대 현상 등 용어를 설명함에 있어 전문적이고 시사성을 반영한 어휘의 조합이 많아 이를 어려워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 젊은 세대, 잘파세대의 독특한 소비 패턴 및 문화가 언급되어 소통에 이질감을 예상하는 독자가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떤 부분은 기성세대가 놀랄 정도로 레트로 감성과 근본, 아날로그로 돌아가 즐기는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테니.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며, 세계와 세대 간에 소통에 흥미로운 교집합을 알아보길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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