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악마, 카포(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by 애니마리아







보통 수감자에게 먹을 것이 아주 조금 있거나 아예 없을 때에도 카포들은 절대로 굶는 일이 없었다. 그들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카포들은 오히려 수용소에 있을 때 가장 영양 섭취를 잘했다고 한다. 감시하는 병사보다도, 나치 대원보다도 카포들이 수감자에게 더 가혹하고 악질적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카포는 수감자 중에서 뽑았다.

24쪽/『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용구에서 말하듯 카포(kapo)는 '다른 죄수를 감시하는 죄수'라는 뜻의 독일어다. 2차 세계대전이 극에 달하던 시기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랭클의 실제 경험이기도 하다. 마치 일기나 자서전처럼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책이기에 더욱 읽고 싶었고 동시에 피하고 싶었던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을 집어 들었다. 마침 중간에 유사한 결이 느껴지는 한강 작가의 시도 병행해서 읽고 있다. 마음이 너무 아프거나 무거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려한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두렵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므로.



다시 카포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카포의 의미, 당시 카포의 태도를 읽기만 해도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 한편으로는 지옥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처절한 움직임으로 보여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 삶,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삶을 연명하고 있었지 않은가. 병자를 가려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상황, 이름도 없이 숫자로만 불리는 쓸모없는 물건 취급을 받는 환경에서 존엄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포, 그들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라면 과연 그 상황에서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자문해 본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폭력은 물론, 도둑질에 친구까지 팔아넘기는 일은 비단 그들만의 역사가 아니었다.



카포들이 판치는 치열한 생존 게임을 증언하는 저자의 증언에서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서도 펼쳐진 1:1 데스 매치가 떠오른다. 쫓고 쫓기는 자의 악몽.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운명.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기록한 프랭클의 한 마디가 내 심장을 찌르는 듯하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26쪽)



생존과 기록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냈음에도 그조차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한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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