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하는 로봇이라니(The Wild Robot1...

(The Wild Robot Protects) 1

by 애니마리아



Brightbill and his mate would soon be arriving at the Nest, and Roz wanted everything to be perfect.
빛나는 부리와 그의 짝은 곧 네스트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로즈는 모든 게 완벽하기를 바랐다.

15쪽/『 The Wild Robot Protects 』







로즈와 빛나는 부리는 행복하게 살았다가 아니다. 고향 섬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철새의 이동을 책임지고 엄마 로봇 로즈의 탈출을 도운 빛나는 부리(브라이트 빌)가 사랑하는 짝이 생겼다. 야생동물에게 그만 희생당한 늙은 부모 기러기의 딸, 글리머(글리머윙)이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 빛나는 부리는 로즈의 반응을 살폈다. 누구보다도 끈끈한 유대관계였던 로즈의 반응은 어땠을까. 알다시피 로봇은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존재다. 하지만 로즈는 다르다. 아무리 몸을 새롭게 교체했어도 모든 기억은 남아 있고 어떤 인간보다 문맥 파악이 뛰어나다. 아들 기러기, 빛나는 부리는 어느 날 로즈에게 미래의 짝을 소개하려 한다. 그의 말을 듣고 로즈는 멋진 상견례를 준비한다. 모든 게 완벽하기를 바라면서.



완벽하기를 바란다니. 인간 세상에서 인간 캐릭터의 이야기였다면 그저 평범하게 그러려니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기러기의 엄마가 된 것도 대단한데 곧 기러기 며느리와 만날 예정이다. 이들의 만남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역시 와일드 로봇 시리즈는 3편(『와일드 로봇의 보호』)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지만 이 사건은 앞으로 주 사건 못지않게 큰 축을 담당할 것 같다. 보호는 위험을 전제로 한마음이자 행위이다. 생명체의 본능이자 강한 동기 요인이기도 하다. 무엇으로부터의 보호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빛나는 부리와 글리머의 사랑과 관련 있을 확률이 높다. 로즈는 좋든 싫든 이에 관여를 할 테고 자신의 감정, 로봇의 감정은 뒤로하고 이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갈등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로즈와 빛나는 부리, 글리머의 상견례는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소중한 외아들과 예비 며느리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을까. 오히려 로즈는 자신을 편하게 부르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내 둘에게 제안한다. 언제든지 아들과 자신이 살고 있는 네스트(보금자리)로 이사오라고. 여기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진다. 안타까운 웃음이. 인간 세상이었다면 이 제안은 시어머니, 아들이 결혼하니 예비 며느리 보고 언제든지 짐 싸서 들어오라는 말이다. 인간도 그렇지만 동물의 독립은 거의 기정사실이자 자연의 섭리이다. 이를 어째?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찰나 아들 기러기는 말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다른 기러기들도 다 그렇다면서. 엄마 로봇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하여 돌려 말한 것이다. 다행히 로즈는 이를 알아듣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로즈의 다음 말은 빛나는 부리는 물론 독자인 나의 마음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내 손수 새 보금자리를 지어줄게."



왜 이 말이 문제가 될까. 문제 취급하는 건 지나치긴 하다. 로즈의 마음도 알겠고 빛나는 부리의 곤란한 입장도 이해가 간다.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빛나는 부리를 위해 둥지를 만들고 키웠으니 로봇이어도 남다른, 아니 최소한의 인간, 남 같은 모성애가 생겼을 것이다. 늘 동물들의 쉼터와 추위로부터 구하려는 목적으로 보호소를 만들었다. 로즈는 둘 사이를 질투하거나 아들에 대한 집착 때문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보호 책임에서 비롯한 생각에서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려면 독립은 필수다. 이소를 했음에도 매년 돌아오고 로즈와 함께 지냈던 빛나는 부리는 오히려 독특한 기러기에 속한다. 전통 한국인보다 더욱 효자인 효자 기러기. 그런 기러기가 이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스스로의 힘으로 둥지를 만들려고 한다. 이 곤란한 순간에도 빛나는 부리는 혹여나 로봇 엄마의 마음이 상할까 조심스레 말을 돌린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둥지를 짓고 싶다고. 로즈는 학습과 응용, 눈치가 빠른 로봇이다. 아들의 말에 덤덤히 말한다. 알겠으니 앞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요청만 하라고 말이다.



로즈의 마지막 말이 인간 부모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동물은 이렇게까지 아쉬워하거나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을 제외하고 독립의 순간은 그야말로 후손의 진정한 독립과 새로운 삶을 위한 모진 정 끊기의 과정이자 통과의례니까. 독립을 축복하지만 가끔은 얼굴도 보고 소식도 들으며 가족으로서 함께 좋은 순간을 나누고 싶어 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아이의 말이 서운해도, 아이의 성과가 자랑스러워도, 아이가 멀어져도, 아이가 모질게 굴어도 부모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존재다. 로즈의 언행에서 부모는 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다 주고, 밑지는 장사를 해도 늙은 자녀가 언제는 자신의 그루터기라도 찾아와 쉬어주길 바라는 존재. 로즈의 마음을 알기에 로즈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차가운 금속 신체가 더 추운 냉기로 아파하기 전에 내 온기를 나누어 주고 싶다. 혼자서는 힘드니 같은 부모로서 함께 자녀를 축복하며 기다리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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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ld Robot #3 : The Wild Robot Protects (미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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