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을 읽고 있다. 2000년 가까이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고, 그게 인생의 목적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고. 책 뒷날개의 문구가 예사롭지 않았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낀다'라고.
'행복에 대한 과적적 연구를 최초로 시작한 에드 디너 교수의 연구실에 유학을 간 이후, 나는 지금까지 어느덧 반평생을 행복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다.(그렇다고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p. 14 서문
행복을 연구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심리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우울하고 불행할 수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그들도 그들의 스승이 필요하고 멘토가 필요하며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다. (중략) 이 책의 핵심 질문은 'why'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p.15
'어떻게(how)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가 아닌, '왜(why) 행복한가'라는 근원을 따져가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단순 이론의 설명이 아닌 학자의 통찰과 세상 읽기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이성적 사고 대 동물적 본능, 무엇이 진짜 모습일까. 우리는 이성의 역할을 상당히 과대평가하고 있다.'/p.34
이성 못지않게 동물의 본능에 지배받는 인간, 우리는 신이 아니며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해도 본능과 동물적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행복에 대한 담론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심층적 파악을 다루는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본다. 1장보다 훨씬 도발적인 2장의 제목(인간은 100퍼센트 동물이다)이 더욱 충격적이면서도 기대된다. 결국 행복론은 행복의 기원을 찾기 위해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이며 동물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를 파악하는 작업으로 들린다.
뜬금없지만 『꾸베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 2004년) 소설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성공한 정신과 의사인데도 정작 자신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그의 캐릭터와 서문에 나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겹쳐지는 듯하다. 행복을 연구했지만 그로 인해 더 행복해진 건 아니라는 말.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행복을 연구하고 행복론을 들어도 행복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꾸고 행복을 빌며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영원한 미래의 그림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