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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May 20. 2024

서평:정리 정돈 못하는 바니눈에게 생긴 일


제목: 정리 정돈 못하는 바니눈에게 생긴 일


글, 그림: 김준희, 이정민


발행: 2021년 10월 01일


출판사: (주)바니눈



아동서 특히 취학 전후 귀여운 아이들의 동화책은 표지가 생명일 정도로 많은 호기심과 주제에 대한 단서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캐릭터의 밝은 모습이 눈에 띄면서 '정리 정돈'이라는 말에서 바로 주요 내용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바니눈'이라는 이름이 나와서 주인공인 듯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커다란 여자 모습의 캐릭터가 바니눈인지 아니면 상자 속 장난감 가운데 하나가 바니눈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정리 정돈'이라. 분명 정리 정돈을 하기 싫은 아이가 나올 테고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든 결국 정리 정돈을 해야 한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생각에 '쉽지 않을 텐데'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야기로, 어떤 상황이 생겨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궁금했다.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처음부터 잔뜩 어질러진 방에서 아이가 개구쟁이처럼 잠을 자거나 버릇없이고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묵화의 단순하고 여운이 느껴지는 삽화가 하나씩 펼쳐지며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건네는 듯한 대사가 나온다. 



   "나는 장난감을 좋아해요."


   "블록놀이도 좋아하고"



이렇게 좋아하는 물건과 놀이가 추가될 때면 그에 일치하는 그림과 예쁜 그림이 나온다. 전혀 어지럽지 않은 기분이다. 그렇게 나도 생각 없이 책을 따라가다가 '땡!'하며 울리는 듯한 질문이 내 시선을 붙잡는다. 



  "하지만 왜 꼭 치워야 돼요? 


내일이면 또 꺼내서 놀 텐데..."



'그러게. 그 말도 맞네.' 아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여기면서도 어른으로서 한 마디 튀어나오는 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하는 아이에게 


 


'그러면 밥은 왜 매일 먹니? 간식은 왜 자꾸 먹고? 왜 자꾸 게임이 하고 싶을까? 한꺼번에 내일 먹으면 안 되나? 오늘 안 하고 날 잡아서 게임 딱 한 번만 하면 안 되나?' 괜히 비뚤어진, 아니 아이를 상대로 논리적으로 이겨보려는 나 자신이 보였다. 나의 과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떠오르지만 실상 이렇게 대답하지도 못했다. 그나마 이런 대답은 이유라도 차근차근 풍자적으로 말한 것이지만 나는 이유도 없이 그저 '치워! 어지럽다.'를 남발했었다. 이유를 말해준 적도 있지만 반복된 일상의 피로에 짜증 반, 화내기 일부, 나머지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다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정리 정돈은 아이들만 지켜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나도 어른이지만 정리 정돈이 잘 안되거나 하기 싫을 때가 부지기수다. 차이는 어른이니까 아이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니 혹은 나중에 치우기 더 힘드니 몰아서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물며 세상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정리 정돈이란 무척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휘리릭 생각 없이 읽었다가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었다. 결국 어지러워진 물건들과 대화를 계기로 바니눈은 스스로 정리를 시작한 부분을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 다시 읽고 보니 역시 그 이유나 전개 양상이 '치워야 하니까'라는 뻔한 당위성에서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바니눈을 움직이게 한 이유는 바로 이 동화책의 핵심이요, 비밀이자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다. 바니눈이 자신의 물건들에게서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공감이고 사랑이며 표현이었다. 이런 동심이 통하지 않을 연령도 있겠지만 환상적인 요소를 따지지 않더라고 결국 가족 안에서 어떤 마음으로 물건과 지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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