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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minsu Apr 04. 2017

치즈 이야기 II -치즈 수플레

Down Under Food Rhapsody


프랑스에서는 1년 365일 동안 매일 다른 치즈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난 후에도 아직 더 많은 치즈 종류가 남아 있다고 하니 도대체 몇 가지가 있는지 진짜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내가 프랑스에 잠시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셀 수도 없는 치즈 종류에 압도되어, 어떤 치즈를 먹어야 할지 모르는 기쁨이 금세 고민으로,  또 그 많은 치즈들을 다 맛보고 싶은 욕심은 조바심으로 이어져 불안하기까지 했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겠다. 

 그뿐인가? Fromagerie라고 부르는 치즈 전문숍을 동네마다 찾아볼 수 있는데, 갖가지 치즈들로 가득 채워진 프로마저리를 들어가면 가슴이 뛰고,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먹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아무리 좋아해도 치즈를 삼시 세끼로 먹기는 어렵고, 먹을 수 있는 치즈의 양과 종류는 의외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여러가지 치즈들
몽펠리에의 Fromagerie

치즈는 우유의 종류, 생우유 사용 유무,  지역, 지방 함량, 숙성방법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타입으로 세분화될 수 있는데,  보통은 간단히 아래와 같은 카테고리로 나눈다. 

*Fresh Cheese - Fromage Blanc, Cottage, Ricotta, Mozzarella, Chèvre

*Soft/Semi Soft Cheese - Brie, Camembert,  Munster

*Semi Hard/Hard Cheese - Emmental, Gouda, Edam, Cheddar, Pamasan

*Blue Cheese - Roquefort, Stilton, Gorgonzola

치즈 보드(플래터)를 준비할 때 위 종류를 고려하여 골고루 준비하면 좋다. 


Abondance, Beaufort, Brie de Meaux, Camembert de Normandie, Cantal, Chaource, Comté, Laquiole, Mont d'Or, Morbier, Munster-Géromé, Neufchâtel, Saint-Nectaire, Roquefort, Banon, Cabecou, Picodon…

위의 치즈들은 모두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치즈들이다.

AOC는 간단히 말해 상품이 지정된 지역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AOC 치즈는 반드시 정해진 지역에서 소의 품종, 우유의 품질, 만드는 방법과, 숙성방법 등 정해진 규정에 따라 만들어져야만 한다. 프랑스의 AOC 제도는 치즈뿐만 아니라, 대표적으로는 와인 외에도 꿀, 고기, 버터 등에도 적용되어 원산지를 보장한다.

밤나무 잎에 싸여진 Banon AOC Cheese
오븐에 구워 먹으면 맛있는 Mont D'or AOC Cheese

 AOC치즈에 대해서 알게 된 후로, 프랑스에 있는 동안 40여 가지가 넘는 AOC치즈를 모두 맛볼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결국 내가 맛본 것은 20가지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Roquefort나 Camembert 등 아주 유명한 치즈를 제외하고는 내가 있던 지역이나 그곳에서 가까운 지역의 치즈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나머지 치즈들은 찾기가 어렵지 않았었나 싶다.

그 대신 내가 제일 오래 머물렀던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염소젖 치즈가 많이 생산되어 풍부하고 요리에도 여러모로 이용되었다. 소젖 치즈에 익숙해져 있었던 내게 Chèvre라고 불리는 염소젗치즈는 처음에 좀 낯설었으나 신선한 허브향이 살아있고 느끼한 맛이 덜한 산뜻한 느낌에 차차 좋아하게 되어 그곳에 있는 동안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아침이면 열리는 프로방스 Farmers 마켓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싱싱한 제철 과일과, 올리브 절임들, 이름도 모를 향신료들, 돛처럼 높게 걸려 흔들거리는 프로방스 풍의 식탁보들을 지나 치즈 가판대 앞에 다다르면 맛보라며 인심 좋게 치즈를 두툼하게 잘라서 내민다. 세네 가지 다른 종류의 치즈를 받아 맛보면 금세 배가 불러오곤 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신분인 나에게 마켓 나들이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Provence Market 모습


프랑스를 추억하며 오랜만에 치즈 수플레를 만들어보았다. 공기같이 가벼운 질감이 생명인 수플레, 첫 번째 코스로 좋은 아이템이다. 


Cheese Soufflé


버터 30g

밀가루 30g

우유 250ml

후추, 넛맥 약간

Gruyere cheese(or Comte), 100g

계란 3개 (노른자 흰자 따로 분리)

오븐은 200도로 맞추어놓는다. 


크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나눠 먹기 좋게 작은 레미킨을 여러 개 준비하였다.

레미킨 안쪽에 버터를 발라 준비.

일다 Roux를 만든다. 논스틱 팬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는다.(불이 너무 세지 않게 주의)

잘 섞여 페이스트 형태가 되면 여기에 우유를 조금씩 부어가면서 몽우리가 생기지 않게 거품기로 저어준다. (처음에는 밀가루 덩어리처럼 된다. 인내심을 갖고 우유를 조금씩 더해가면서 열심히 저어준다.)

소스처럼 걸쭉하게 되면 불에서 내린다. 

여기에 체에 간 치즈를 넣고 부드럽고 걸쭉한 상태가 되도록 계속 섞어준다.

분리해서 준비해 놓은 계란 노른자를 넣고 또 열심히 섞어준다. 치즈 배합물 완성!

계란 흰자에 소금을 아주 살짝 넣고 거품이 적당히 단단해질 때까지 거품을 내어 준비한다. 

1/3 정도의 흰자 거품 낸 것을 치즈 배합물에 넣고 섞어준다. 

치즈 배합물과 나머지 흰자 거품 낸 것을 거품이 꺼지지 않게 살살 다루며 섞어준다. 

200도 오븐에 5-7분 표면 색깔이 살짝 노릇해지도록 구워준다.

180도로 오븐 온도를 낮추어 10분에서 15분 정도 더 구워서 마무리.

오븐에서 꺼낸 수플레는 거품이 꺼지기 전에 바로 서브한다. 



먹음직스럽게 부풀어서 너무 흐뭇했다.  아이고 혼자 먹기 아까워라. 

폭신폭신한 수플레가 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주고 싶어서 제일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한달음에 달려간다. 얼굴에 와 닿는 저녁 공기가 이젠 제법 차갑네…

집에 돌아오니 내 작은 키친에서는 치즈 냄새가 아직도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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