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를 연 소년들의 이야기
(사진 출처: 스트레이키즈 공식 홈페이지 Gallery)
최근 JYP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를 분석할 일이 있었다. 분석 작업을 하며 새롭게 다가온 그룹이 하나 생겼다.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방황하는 소년들'이란 뜻을 가진 보이 그룹으로 최근 Mnet 서바이벌 KINGDOM에서 4세대 아이돌 중 대세의 존재감을 보였다. 이들에 대해 조사하기 전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는 WONDERGIRLS, MISS A, TWICE, ITZY 정도였다. 나열하고 보니 걸그룹 뿐이었다. 왜 그럴까 이유를 분석해보니 예전부터 나는 짐승돌에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렇다해도 한 기획사에서 취향이 이렇게 나뉠 수 있음에 놀랍기도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스트레이키즈는 이전의 JYP 소속 보이 그룹과는 또 다른 콘셉트이다. 매번 모든 그룹이 다른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력이면서도 기획자들의 한계는 어디인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요소이기도하다. Stray Kids는 이름의 뜻처럼 방황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앨범에 나와있다. 방황만 했다면 그들의 세계관은 지루했을 것이다. 세계관의 존재 이유는 지루함이 아닌 스토리 전개이다. 한마디로 길을 찾아 고민하던 소년들의 모습에서 이제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소년들로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관 때문이 아니라 멤버들 스스로가 그러한 듯했다.
스트레이키즈의 첫인상은 ‘강함’ 그리고 ‘야생’이었다. 사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할 때 영상으로 이들을 본 적이 있다. 어쩐지 걱정 많고 한편으로는 자신감 있는 눈을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도 같은 처지였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그들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작년 6월 발매한 '神메뉴'를 통해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비밀 재료가 궁금하다면. 사실 우린 그딴 거 안 써. 그저 계속 만들어가 새롭게.
'神메뉴'라는 제목이 독특했다. 여기서 매력적으로 느껴진 점은 화자가 神이라는 점이었다. 화자인 멤버들은 마치 神처럼 메뉴를 만들고 손님의 취향을 만든다. 어쩐지 이 식당에 들어가면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받아올 것 같다. 이 눈은 세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우리가 가진 눈이 아니다. 세상을 원하는 대로 보는 神의 눈이다.
그리고 다시 스트레이키즈를 만난 건 Mnet 킹덤에서였다. 때로는 야수같이, 때로는 유령처럼 무대를 뛰어다니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이 그룹이 가진 이미지가 큰 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냥불이 아니라 산을 태우고도 남을 큰 불 말이다. 분석 작업을 하면서 이 그룹의 매력은 데뷔 때부터 함께 했다면 더 크게 다가왔겠구나 싶었다. 당연한 말 같겠지만 생각보다 데뷔 때부터 지켜본 그룹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데뷔곡 ‘Hellevator’에서는 누군가 자신들 앞에 놔준 길과 자신들이 원하는 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이들이 가는 길이 아닌 것은 마치 오답으로 취급하는 사회의 모습과 자신들의 꿈 사이의 괴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내가 맞는 길을 가는지에 답할 지도도 하나 없이”, “손을 내밀어도 날 잡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는 가사에서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는 소년들이 직면한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2019년 12월 발매된 ‘바람’에서는 조금씩 자아를 완성시켜가는 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멤버들이 작곡, 작사에 참여했고 본인들의 감정을 담은 곡이라고 소개한다. 방황하던 소년들은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와 마주하며 그 감정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알겠어. 내게 필요했던 건 나란 걸”
시간이 흐른 뒤 소년들은 성장을 했다. 작년 여름 발매된 곡 ‘Easy’의 MV 속 멤버들은 교복을 입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춤을 춘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새벽에 몰래 학교에 들어와 교실에서 파티를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고민을 하고 방황을 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아닌 마음껏 인생을 즐기는 소년들의 모습이다. “내 맘대로 해”, “내가 고른 것에 후회 따윈 없어”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고민을 끝내고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성장을 증명하듯 'Kpop' 관심도를 분석해보면 지난 5년간 스트레이키즈는 검색 1위를 차지하는 그룹이다. 성장 그래프도 꾸준히 상승세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보면 4세대 아이돌을 이끌어가는 그룹이라고 정의 내리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더 이상 방황하는 소년들이 아니라 성장하는 소년들이 되었다.
스트레이키즈를 이을 JYP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보이그룹은 어떤 콘셉트를 들고 나올지 궁금해진다. 현재의 KPOP 시장은 어떤 유행이랄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유행하는 그룹의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다. 걸그룹만 봤을 때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는 완전히 다른 그룹 이미지를 가졌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룹의 콘셉트에 대해 국가마다 반응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보이 그룹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짐승돌이나 청량돌이라는 콘셉트도 명확하게 선호도가 차이 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단 한가지 사실은 뚜렷하다. 아이돌은 '닮고 싶은 존재'여야 한다는 점이다. 보이그룹 팬덤의 대부분은 여성층이다. 여성팬이 보이 그룹을 보며 닮고 싶다고 느끼는 것보다 남성팬이닮고 싶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걸그룹을 보며 닮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여성층이 남성층보다 많을 것이다. 이때 닮고 싶은 것은 성격이나 인성이 아니다. 외적인 분위기 또는 외모를 말한다. 그래서 아이돌 세계는 치열하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스스로 외모를 가꾸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취향에 자신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두의 취향에 맞는 보이 그룹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없다"이다. 전 세계인 모두 취향이 다른데 이를 다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에 취향에 맞는 그룹이 아닌 취향을 만드는 그룹이 되면 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일까. 바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마음이 빼앗겼음을 느낀다. 취향을 만드는 존재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존재,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은 존재이다. 상자를 여는 순간 내 인생으로 수많은 행복과 슬픔이 몰려온다. 그것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닐지라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새로움에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방황하는 소년들은 어딘가 위로해주고 싶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존재들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상자를 손에 쥐고 대중에게 건네고 있다. 다음 그룹은 상자를 쥔 소년들일까? 아니면 상자를 이미 열어둔 또 다른 세상에 우리를 초대하는 소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