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uewrit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진 Dec 09. 2022

노래 조각 모음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

흘러간 세월이 무색할 만큼 가슴을 철렁 이게 하는 노래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가버리는 사연이 담긴 노래. 전주만으로도 빠르게 기억이 소환돼 그 순간의 감정과 공기의 온도가 주위를 맴돈다.


좋아하는 노래들만 공 CD에 꾹꾹 눌러 담아 들었던 그 시절. 노래 감상에 흠뻑 빠져있던 과거의 나는 미래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났던걸까. 신기하게도 음악으로 연결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원컨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던 노래의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우연이 내가 죽기 전까지 있기나 할까. 얼굴도 보이지 않는 먼발치에서 노랫소리만 듣고 가던 길을 멈추어 하염없이 바라봤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그 시절 내가 느끼던 모든 감정을 하나로 뭉쳐버리게 만든 노래. 지금은 내 애창곡이 되어버린 노래를 오랜만에 꺼내어 들었다.


가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머물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보는 노래, 어쩌면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일지도 모른다. 먼 훗날 지금을 또 꺼내어 볼 수 있게 좋아하는 노래에 오늘 하루를 새긴다.

추억의 노래들을 오래 간직하다 보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때에 과거를 여행하며 긴 세월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세월을 탓하지 않고 지나온 세월을 기억하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 장례식 때 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놔야겠군. 노래마다 사연을 적어두는 것도 좋겠다. 사연과 관련된 사람에게 잊고 있던 추억을 선물할 수 있게 말이야.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돌아갈 때조차 빈털터리로 떠나니 모든 게 다 부질없다 하지만, 과연 진짜 그럴까. 보이지 않는 건 남겨둘 수 있다. 사랑, 추억, 그리움 그리고 행복.


‘치열하게 사랑하고 행복하자.’


언젠가 이곳을 떠날 때 누구보다 많은 걸 남겨둘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난 어째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