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
흘러간 세월이 무색할 만큼 가슴을 철렁 이게 하는 노래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가버리는 사연이 담긴 노래. 전주만으로도 빠르게 기억이 소환돼 그 순간의 감정과 공기의 온도가 주위를 맴돈다.
좋아하는 노래들만 공 CD에 꾹꾹 눌러 담아 들었던 그 시절. 노래 감상에 흠뻑 빠져있던 과거의 나는 미래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났던걸까. 신기하게도 음악으로 연결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원컨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던 노래의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우연이 내가 죽기 전까지 있기나 할까. 얼굴도 보이지 않는 먼발치에서 노랫소리만 듣고 가던 길을 멈추어 하염없이 바라봤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그 시절 내가 느끼던 모든 감정을 하나로 뭉쳐버리게 만든 노래. 지금은 내 애창곡이 되어버린 노래를 오랜만에 꺼내어 들었다.
가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머물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보는 노래, 어쩌면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일지도 모른다. 먼 훗날 지금을 또 꺼내어 볼 수 있게 좋아하는 노래에 오늘 하루를 새긴다.
추억의 노래들을 오래 간직하다 보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때에 과거를 여행하며 긴 세월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세월을 탓하지 않고 지나온 세월을 기억하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 장례식 때 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놔야겠군. 노래마다 사연을 적어두는 것도 좋겠다. 사연과 관련된 사람에게 잊고 있던 추억을 선물할 수 있게 말이야.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돌아갈 때조차 빈털터리로 떠나니 모든 게 다 부질없다 하지만, 과연 진짜 그럴까. 보이지 않는 건 남겨둘 수 있다. 사랑, 추억, 그리움 그리고 행복.
‘치열하게 사랑하고 행복하자.’
언젠가 이곳을 떠날 때 누구보다 많은 걸 남겨둘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