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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희 May 14. 2024

면접은 쌍방이다

인터뷰 이야기

면접은 고달픈 일이다. 지원하는 입장에서도 채용하는 입장에서도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좋은 회사와 동료들을 찾는 일, 반대로 좋은 동료를 구하는 일이란, 그것도 단 몇십 분 혹은 몇 시간 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변태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면접이 주는 긴장감을 즐긴다(즐기려고 노력한다). 예측불가한 상황 속 늘 얻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를 뿐!


지원자는 인터뷰어(Interviewer), 면접관은 인터뷰이(Interviewee)라고 하는데 캐나다와 한국에서 모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입장이 되어봤으며 경험상 두 나라 간 아주 큰 차이는 없었다. 나라보다는 회사나 업계에 따라 다른 경우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드레스코드나 전반적인 프로세스 등 애매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가며 준비하면 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잘 모를 때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질문

면접을 시작하기 전,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날씨는 어떤지 등등 스몰토크로 시작하는 것과,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로 시작하는 흐름도 비슷했다. 대부분 이력서 기반으로 질의 응답 하는 형식인 것도 비슷했다. 조금 달랐던 것이 있다면 평균적으로 캐나다에서는 'Behavioral Question'이 비중을 많이 차지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성과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Behavioral Question은 과거 지원자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서술적으로 답하는 질문형식으로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갈등 해결 능력 등 기술적인 능력 외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유형의 질문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시나 경험들을 사전에 준비하여 모호하거나 추상 적이지 않게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한국은 기술적인 면과 성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하는 질문이 더 많았는데 조금 특이했던 점은 이력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었다. 어디까지가 정말 나의 성과인지 혹은 나의 기여도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차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고 "뭐 정말 어디까지가 진짜고, 진짜 본인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한 면접관도 있었다. 그만큼 경력을 부풀려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교포라는 이유로 검증이 어려워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캐나다의 경우 지인의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면접에서는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더 시간을 쏟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경쟁이 훨씬 더 심하다 보니 지원자의 이력을 검증하는 데 좀 더 신중을 기울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딜 가나 무례한 사람들은 있길 마련이지만 그래도 직접 경험해 보니 불쾌했다. 교포들은 다 금방 그만두고 나갔다는 말이나, 아직도 해외파들을 대우해 주는 경우가 많나 봐요?라는 말까지, 대놓고 깎아내리는 말을 면전에 내뱉는 면접관들도 있었는데, 면접은 쌍방의 검증절차이다. 지원자 역시 역으로 회사 분위기와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밀당의 기술

이번에는 면접관 입장에서의 이야기다. 특히 스타트업에 있을 때는 특성상 턴오버가 많기도 하고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해야 하는 일도 매우 흔해 셀 수도 없이 면접을 봤던 것 같다. 면접에도 기세라는 것이 있는데 너무 밀지도 밀리지도 않게 밀당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최대한 지원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한 번은 입사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은요.. 면접 때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입술까지 떨리고 말이 잘 안 나와서 아 망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화 도중 웃으시는 모습에(조금 빙구처럼 웃는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저도 같이 긴장이 풀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이 얘기를 들은 후 든 생각은 '앞으로 웃지 말아야겠다. 너무 만만해 보이려나' 하는 마음 반, '그래도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니 좋은 거 아닌가' 하는 마음 반이었다. 또 가끔은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허점을 찔러 이 놈이 허술한 놈인지 아닌지 속내를 들여다봐야지! 하는 마음을 품은 적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경험상 필요했던 것은 그 반대였다. 최대한 편안하게 면접을 볼 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주고 정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편하게 답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데 도움이 됐다. 허점을 찌를 때 나오는 재치는 진짜 실력과 무관할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결국 될 놈 될

어떤 면접에서는 내게 '꿈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사람이 있었는데(회사에서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저는 어느 한 분야에서 한 획을 긋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꿈꾸는 삶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맡은 일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잘 해내는 것은 제게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당시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삶에 대한 태도를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fit이 안 맞는 회사에 들어가면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근무시간이 9 to 7인 회사는 나를 채용했다. 결국 그냥 될 회사는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야 할 자리라면 가게 되어 있다(돌아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 그러니 모든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면, 운명에 맡겨보는 마음으로 힘을 살짝 빼보는 것도 좋겠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일인데, 면접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어느 면에선 소개팅과 비슷해서 사실 몇 번의 만남과 질문으로 모든 것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소위 캐미가 맞는지 서로 알아보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느꼈던 것은 나라와 문화를 떠나서 어디서나 통하는 마법의 키워드는 '밝음'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사람들이 끌려하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밝은 사람이었다. 좋은 에너지에는 성별도 인종도 나이도 계급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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