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먹는 심연의 도시
욥은 손에 든 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빵은 더 이상 허기를 채울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방금 팔아넘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존재의 증거였다. 그는 그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자네의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나에게 주게."
욥의 머릿속은 차가운 안개로 뒤덮인 듯했다. 곧이어 자신의 자녀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들의 웃음소리, 얼굴, 심지어 그들의 이름까지도 잡으려 했지만, 모든 것이 흐릿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영혼에 담겨 있던 가장 찬란한 축복의 마나를 뿌리째 뽑아낸 것처럼, 텅 빈 공허함만이 그를 짓눌렀다. 육체적 고통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는 이유 모를 비통함이 남았다. 욥은 자신이 겪는 고통이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영혼을 파괴하는 사탄의 교묘한 ‘마나의 덫'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 덫에 걸려 스스로 가장 소중한 기억을 팔아넘겼다.
욥은 빵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밤의 도시는 그에게 더욱 차갑고 무자비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를 투명인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이 알던 세상의 모든 질서가 여기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세계에서는 믿음이나 사랑이 마나가 되지 못하고, 오직 화폐만이 힘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견딜 수 없는 분노가 피어올랐다. 이 모든 고통을 허락하신 그분에 대한 분노였다. 그는 무고한 자가 왜 고통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신다던 창조주께서 왜 침묵하시는지, 끝없는 의문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욥의 아내를 찾아 헤매던 엘리바즈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옆에는 빌닷과 소발도 있었다. 그들은 폐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엘리바즈는 낡은 신문을 들고 길거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신문의 기사들을 뚫어져라 보며 소리를 내어 읽었다.
“건물이 무너지다니! 이건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야! 분명 그 건물에도 마나의 보호막이 있었을 텐데….”•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고 주장한 자가 있었지… 그러나 욥을 보면 그 말이 허망한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그는 이 세계의 모든 재앙에 논리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과 좌절감이 가득했다. 그는 이 재앙을 '신이 인간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라 합리화하려 했다.
빌닷은 거대한 쓰레기통 옆에서 땔감을 모으려 애썼다. 그는 고향에서 배운 대로 막대기를 비벼 불꽃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의 손은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지닌 전통적인 지혜와 마법은 이 낯선 도시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절망이 서려 있었다. 그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지혜가 이 거대한 시련 앞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소발은 길거리의 거대한 전광판을 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게 다 우리 때문이야! 이 비참한 고통은 우리가 죄를 지은 증거라고! 신은 우리를 벌하고 있는 거야!”
그는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이 불합리한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한편, 그 의미를 찾지 못해 극심한 무기력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친구들은 각자 자신만의 '신'의 정의를 부여하며 욥의 고통을 이해하려 했다.
욥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친구들은 욥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욥…! 자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소발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욥은 떨리는 손으로 남은 빵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 빵을 얻는 대가로…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주었소."
친구들은 욥의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은 욥이 겪은 비극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자신의 영혼을 거래했다는 사실에는 극도의 혐오감을 느꼈다. 엘리바즈는 욥의 손목에 있는 금속 팔찌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이 도시의 질서에 굴복하고, 그들의 마나에 영혼을 팔았다니! 자네의 믿음은 결국 여기서 무너지고 말았군."
욥의 친구들은 아직 자신의 기억을 팔지 않은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찬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욥은 재앙이라는 외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비난과 경멸이라는 새로운 고통에 직면했다. 그는 이 도시에서 완전히 홀로 남겨졌다. 사탄의 덫은 이제 욥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관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욥의 떨리는 고백이 잿빛 도시의 공기 속에 흩어졌다. 친구들은 욥이 내민 빵과 그의 손목에 채워진 금속 스마트워치를 번갈아 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이 상상했던 욥의 고통은 물질적 손실과 육체적 질병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욥이 스스로 가장 소중한 기억을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그들의 모든 논리와 믿음을 흔드는,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배신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