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도시의 그림자 속으로

아리아의 계획

by 애니유칸

그리스신화 | 신화 판타지| 도시판타지


"자, 이제 선택의 순간이에요,

지호 씨.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가겠어요? 아니면, 이 책의 첫 번째 페이지에 당신의 이름을 새기겠어요?"


아리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손에는 봉인이 풀린 책의 표지가 들려 있었다. 지호는 그것을 보며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는 아리아가 건네는 손을 뿌리치고 도서관을 향해 내달렸다. 그는 그녀의 계획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길 원했다.


"이건 키메라의 기록이야...!"


지호의 절규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아리아는 그의 뒤에서 속삭였다.


"당신은 도망칠 수 없어요. 이미 당신의 손에 복원의 인장이 새겨졌어요. 이제 당신은 저의 유일한 열쇠예요."


아리아의 말이 끝나자, 지호가 딛고 선 바닥이 굉음을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봉인이 해제된 힘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도서관의 모든 공간을 뒤틀었고, 지호는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두루마리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지호의 손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흔적이었지만 동시에 지호에게 낯선 감각을 선물했다. 지호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도서관의 굳게 닫힌 철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마치 그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대변하는 듯 울렸다. 그의 뒤로 굉음과 함께 도서관의 벽돌과 유리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의 의식은 점차 희미해졌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차가운 미소를 짓는 아리아의 얼굴이었다.

지호는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과 함께, 낯선 밤거리가 그를 맞이했다. 무너진 도서관의 잔해 속에서 겨우 탈출한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


평생의 안식처였던 도서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믿었던 사서는 자신을 배신했다. 그는 이제 쫓기는 몸이 되었고, 이 모든 것이 아리아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손목에는 뜨거운 김이 서린 레터링 라틴어 도형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도서관의 봉인을 해제한 대가였다. 그리고 지호는 쫓기는 몸이 되었다.


지호는 이 모든 것이 아리아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도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시는 마치 거대한 먹잇감을 삼키려 드는 포식자의 입 속과 같았고, 고요했던 도서관과는 달리, 도시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지나갔다.


지호는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어 도시 한가운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돌아갈 곳도, 믿을 사람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새겨진 문신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도서관의 봉인을 해제한 증표가 아니었다. 봉인된 신들의 힘이 지호의 몸에 새겨진 것이었다.


순간 지호는 깨닫게 되었다. 자신은 단순히 도망자가 아니라, 잊혀진 신들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그는 더 이상 아리아를 피해 달아나는 도망자가 아니었다. 지호는 아리아의 모든 계획을 막아야 했다. 잊혀진 신들의 흔적을 찾고, 그들의 힘을 복원해야할 중압감이 그의 두어깨를 짓눌렀다.


이제, 지호는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지호는 도시의 그림자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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